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며
제가 축사는 처음이라서요
-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며
친구가 결혼을 했다. 가까운 사이인 만큼 손과 발이 되어줄테니 필요하면 말만 하라고 했다가(물론 진심이었지) 결혼 5일 전에 축사를 부탁받았다. 나 참, 이 나이 먹고도 아직 처음인 일 투성이라니. 그렇게 진심을 무기 삼아 써내려간 축사를 이번 글에 담아보았다. 결혼식장에서 읽다가 급발진으로 오열한 나를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같이 터진 친구를, 그 순간을 오래토록 기억해보고자!
XXX와 OOO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하러 와 주신 하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축하의 마음을 모두 담아 대신 전하러 나온 저는 신부 XXX과 신랑 OOO의 친구입니다.
저희는 에너지가 넘치던 20대 때, 같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친구로 만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과 다같이 놀러간 한강 캠핑장에서, 둘이 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내며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며칠 후 둘이 사귄다고 하더군요. 사실 그 날 있던 친구들은 모두 예상하고 있었기에 태연한 반응을 보였더니 어떻게 알았냐고 저 큰 눈을 더 크게 뜨던 XXX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XXX, OOO 부모님,
성인이 되고 사회에서 만난 관계는 이래저래 마음을 나누는 진짜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언제든 희로애락을 공유하고 싶을 때마다 서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친구 사이가 되었어요. 이직과 승진, 솔로 탈출과 같은 기쁜 소식부터 어디에 터놓기 힘든 속상한 일들까지도 쪼르르 달려와 나누면 하나같이 자신의 일 마냥 박수도 쳐주고 등도 두들겨 주는 이 친구들 덕분에 나름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XXX아,
이제 와서 말하는거지만 난 가끔 네가 친구 말고 언니 같을 때가 종종 있었어. 같이 까불고 다이어트 실패를 외치며 고기를 먹으러 갈 때도 많지만. 또 다른 상황에서는 상대방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고려하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몸에 배어 있는 네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단다. 그래서 덕분에 나는 널 만나기 전엔 싫은 걸 말하는 예민하기만 한 사람이었다면, 신중하고 배려심 있는 널 만난 후엔 좋은 걸 추천하는 섬세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었어. 좋은 영향력을 줘서 고마워. 친구여도 동생이어도 먼저 결혼한 사람이 으른이야. 앞으로도 어른스러운 내 친구 XXX로 OOO와 즐겁게 잘 사는 모습 보여줘!
두번째 축의는 없어 얘들아. 결혼 또 한다는 소식 전하면 복리로 붙여서 돌려받을 거야 단호하게.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된 오늘을 진심으로 축하해. 온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부가 되길 바라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사랑과 의지로 돈독한 사이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