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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kim Aug 05. 2021

리더십은 스스로를 기만하는 만큼만 손상된다

상자 밖의 삶을 위하여

리더십은 스스로를 기만하는 만큼만 손상된다

- 상자 밖의 삶을 위하여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창피한 일이야. 야 창피한 일이야. 한국 핸드볼이 이렇게 창피하다고."

같은 시대의 올림픽 무대에서 각자의 팀을 이끄는 사람들이 실점 중인 조직에게 외친 말이다. 전자는 리더로 불리지만, 후자는 그저 관리자라는 자리에 있을 뿐이다. 당연히 화면 속 팀원들의 표정은 극과 극이다. 


그날은 주말이었다. 안정적인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그만두고 왜 시드단계의 스타트업에 오기로 결심했는지 동료에게 가볍게 물었다. 동료는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팀을 이끄는 리더인지, 아니면 받쳐주는 리더인지 그 속성을 알고 싶어서라고 했다. 주말임에도 출근을 했다가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나눈 대화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유독 그 대화를 나눈 순간은 영화처럼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날의 날씨까지도. 


관리자가 될 줄 몰랐다가 관리자가 되어버렸고, 그렇게 된 김에 리더가 되고 싶은 나는 요즘 자기기만에 빠져있는 본인을 검열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하는 기분을 아는가.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직시하고야 말았을 때 감정은 또 어떠한가. 분노 속 위선을 직시하는 것은 꽤나 불편하고 유쾌하지 못하다. 자기기만은 자기배반을 통해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세상을 왜곡하여 볼 때 일어난다. 그리고 생각보다 자기기만은 본능적이며 굉장히 흔히 발생한다.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본인을 먼저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 불완전한 인간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우리는) 조직에 속해있다. 개인의 실수는 용서가 되지만, 기업(조직)의 실수는 용서하면 안 된다. 그만큼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이든 개인이든 자기기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리더십은 상황을 개선시키는데 핵심적인 능력이 된다. 처음 예로 들었던 핸드볼 국가대표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이 지시하는 대로 경기하지 않아 성과가 나지 않았다는 자기기만적 왜곡의 세상에 갇혀 있었다. 전문가들은 자기 기만에 대한 이해는 통찰력과 선견지명을 예리하게 해 주고, 대립과 알력의 감정을 감소시키며, 협동심을 고취하고 책임감을 보다 무겁게 해 주고, 성과 목표를 달성하는 역량을 증대시켜주며, 또한 만족감과 기쁨을 깊게 해 준다고 말한다. 즉, 자기기만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는 무능력함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자기기만은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자부심을 북돋우거나 더 나은 느낌을 갖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는 경향이 있고, 이런 성향은 천부적이기도 하지만 어떤 문제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이런 습관을 기르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자기배반을 정당화하는 것들의 가치를 부풀리는 것은 순간의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뿐이다. 그 고양감이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동기부여 자체가 목적이라면 우리는 이런 현실의 부정확한 인식이라는 비용 대신 그저 더 강한 동기를 가지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질책하는 사람이 아니라 추진하는 사람이고 싶다. 이익과 행복을 산출하는 긍정적인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나의 리더십은 내가 스스로를 기만하는 그 정도만큼 항상 손상된다. 자기기만에 갇혀 있던 내 모습을 부인하지 말고 모두에게 사과하자. 포기하지 말고 조직을 돕기 위해 내가 올바르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부디 이 괴로움의 시간이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투자가 되길.


폰 히펠은 곧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다면, 그리고 당신의 성공이 그 설득에 달려 있다면 당신이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할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고 말했다. 



* 참고문헌: 

-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 아빈저 연구소

- <The Case for Lying to Yourself - WSJ>, The Wall Street Journal

- <권력을 쥐면 뇌가 변한다고?>,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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