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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kim Jul 14. 2022

주연이와 윤아의 목요일 한풀이, 에필로그

2022-07-03 일 12:30PM

주연이와 윤아의 목요일 한풀이, 에필로그

2022-07-03 일 12:30 PM


주연: 유나킴 나 도착했어 천천히 오시오 12:25pm

윤아: 오호 나 녹사평이야! 거의 다옴! 12:25pm


우리는 이 날 오랜만에 얼굴 보자며 안부를 묻는 단순한 점심 약속을 잡았을 뿐이지만 무의식적으로 둘 다 예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목요일의 한풀이가 곧 마무리가 될 것이라는 걸. 비록 프롤로그에 이어 무색하지만 바로 에필로그라는 셔터가 내려질지라도. 


우리는 고여 있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결이 닮아있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목요일의 모닝 리추얼이었다. 공통된 관심사, 비슷하게 겪어본 어려움, 세부 전공은 다르지만 개척해 나가고 있는 새로운 경로 등 묶을 수 있는 공통분모도 많았지만. 매주 목요일 그 이른 시간에 눈 비비고 일어나 횡설수설 내 의견을 나눌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내 입 밖으로 뱉고 있는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대나무 숲 같은 친구이자 그 말을 스스로가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거울 같은 존재가 서로에게 되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렸던 이벤트나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준 계기부터 힘들고 부당하다고 생각되었던 일의 토로까지. 제목처럼 거의 한풀이에 가까웠긴 했지만, 주연이도 나도 한 주제에 대해 나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나의 의견을 전달하려고 애썼고 듣는 입장으로서도 건강한 지지체계가 되어주려 했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는 전체 참여 시간에 비해 생산적인 대화가 줄고 상대적으로 말 그대로 한풀이만 반복되고 있음을 직시하게 되었다. 내가 요즘 '파친코'를 보고 있어서 이런 비유가 생각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자신들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사회 부조리를 주모가 차려준 막걸리 술상 앞에 두고 매일 같은 한탄을 반복하는 부정적인 조선인이 된 기분이었달까. 그들도 깨어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사회의 부조리함을 일침하고 목소리를 반복해서 냈겠지만 그뿐, 이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에이 망할 놈들'이라는 혼잣말과 함께 사발을 들이키며 부정적인 감정을 생산하는, 건강하지 못한 굴레에 갇힌 느낌 말이다. 


그래서 모닝 리추얼의 존재의 이유를 바꿔보았다. 한풀이가 아니라 평소에 노력해서 시간 내지 않으면 본인만의 답을 생각하기 쉽지 않은, 그러나 꼭 필요한 질문을 되새겨보기로.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면 나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등. 이 시점에 주연이에게 감사했다. 흐지부지 끝나고 말아 버릴 수 있던 한풀이와 우리의 관계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작은 힘 정도는 되어주었구나 싶어서. 


게다가 이후 각자의 바쁜 삶의 이유로 모닝 리추얼은 휴식기를 가졌다가 무더운 7월에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반가웠고,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느껴지는 친구의 정신적 성장과 넓어진 식견에 기뻤다. 그리곤 대화의 끝에서 우리는 목요일의 한풀이는 지금의 우리에겐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내릴 수 있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스스로 하겠다고 칼을 뽑아놓고 때로는 은근하게 마음의 짐이 되어버리기도 했던 목요일의 모닝 리추얼은 아쉽지만 막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는 걸 은연중에 서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마지막이 서로 더 건강해지고 성장한 멘탈리티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이 관계가 마냥 고맙다. 친구라는 같은 단어로 정의된 무수히 다양한 관계들을 맺어왔지만, 주연이와 나는 친구로 정의 내리기엔 아쉬운 우리 둘만이 만들어낸 특별한 파트너십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이런 합을 또 누군가와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절대 장담할 수 없기에 더 존경하고 존중한다. 


아등바등하고 고군분투하며 아름다운 스트러글링을 통해 어쨌건 나아가고 있는 우리는 Ooh!(Out of hospital)이라는 또 다른 꼭지로 우리의 에너지를 잘 써나가 볼 예정이다. 

고마웠다 목요일의 한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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