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재미로 이런 질문을 한다.
"만약에 초능력이 하나 생긴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어?"
공간을 이동하는 능력, 마음을 읽는 능력, 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 갖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을 갖고 싶다.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본다는 거지? 보이지 않는 무엇을 도대체 본다는 걸까?
나에겐 이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무엇을'에 답을 할 수가 없지만, 분명히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어제는 없었던,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진 물건들. 우연히 생겨난 것들도 있지만 분명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물건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템플 그랜딘'
자폐아로 진단받은 실제 '템플 그랜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템플 그랜딘은 4살에 자폐증 진단을 받는다. 의사는 아이가 평생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특수 시설에 아이들 보낼 것을 권한다. 그렇게 진단받은 아이는 대학교도 가고 교수가 되고, 2010년 TED에서 강연도 하게 된다.
궁금하지 않은가? 도대체 어떻게?
영화를 보다 보면 의미 있는 순간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지금은 영화 속에 나오는 그리고 실제 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no, not yet."
1. 엄마
말을 못 할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템플의 엄마는 끝까지 글을 가르친다. 글을 가르쳐 말을 하게 하고 사람들 사이의 예절을 가르친다. 그리고 결국 일반인 학교에까지 보낸다. 그녀의 노력은 마치 목적지를 분명하게 찍어놓은 사람처럼 끈질기고 확고하다.
'모성애'라는 단어가 굉장히 깊은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러한 의지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템플을 진단한 의사는 '말 못 하는 자폐아'를 보았고, 그녀의 엄마는 '말하는 템플 그랜딘'을 본 것이다.
"you look like this"
2. 이모
템플은 방학 동안 이모의 농장에서 지내게 된다.
그녀의 관점에서 본다면 가축들과 함께 지낸 그 시점이 그녀 인생의 트리거가 되었을 것이다. 가축을 관찰함으로써 자신을 평온하게 해주는 도구(?)를 만들게 되고, 훗날 인도적으로 도축하는 시설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템플의 엄마가 목적지를 향해 고군분투 나아가게 한다면, 이모는 템플에게 거울 같은 역할을 해준다.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어 템플 자신도 보지 못했던 점들을 보게 하고 도전하게 한다.
만약 이모가 남들이 보는 템플의 모습만 보고 있었다면, 그녀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일은 오히려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different but not less"
3. 칼락
템플은 일반학교에서 친구들과의 문제로 퇴학당하게 된다. 그리고 기숙학교에 오게 되고 거기서 칼락 선생님을 만난다. 칼락 선생님은 첫 만남부터 템플의 특별한 면을 본다. 그리고 자신이 본 템플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만든다. 그는 템플을 '다름'을 넘어 특별하게 보고 있었다. 영화 후반부에 칼락 선생님이 죽었을 때 템플은 자신이 아끼던 물건을 그를 위해 남겨둔다.
2010년에 진짜 템플 그랜딘이 TED에서 강연을 한다. 유머러스한 그녀의 모습은 처음 의사에게 진단받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녀는 원래 그렇게 될 운명이었나? 혹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준 사람들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