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일 열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미 Jan 14. 2022

올해의 헤드라인이요?

내 머릿속 한 줄을 찾아서 어흥어흥~

2021년 2월, 그러니까 이제는 벌써 작년이 된 연초에 야심차게 시작했던 브런치에서 알람이 왔다.

'작가님 새 글을 못 본 지 무려.. 220일이 지났어요 ㅠ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라고. 그간 60일, 70일, 120일, 150일, 180일 단위로 내심 고마웠던 리마인드가 비로소 꽂힌 건 어언 200일을 넘기고만 게으름과 이제 2022년도 14일이나 지났기 때문이리라... 새해 호랑이 기운을 받아 작년 6월에 받아둬 빠삭하게 말라버린 글감을 불씨 삼아 다시 서걱거려 본다. 오늘의 불씨는 '헤드라인'.


불과 몇 년 전, 배우 홍보팀으로 일하던 때만 하더라도 흔들리는 출근길 지하철 속에서 담당하던 배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검색해가며 그날의 헤드라인을 훑는 일은 당연한 일과였다. 아, 일과라기보다는 리추얼ritual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까? 간밤 사이 부디 그 이름들이 '단독'이나 '속보', '충격'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았기를 두 손 모아 검색해봤으니 말이다. 행여 불미스러운 한 줄을 놓쳤다간 불시에 들이닥치는 전화통에 당황하기 일쑤였기 때문에 매일의 탄창을 채운다는 생각으로 체득하던 습관이었다.

지금 당장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난리법석~호들갑~떠들썩하다가도 내일이면 쉬이 사그라져버릴 그 가냘픈 한 줄에 기대어 울고 웃던 날들을 보내며 나는 무엇보다 '의미'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하루 8시간을 꼬박 보내는 일터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나누는 대화에서 내게 좀 더 의미 있는 한 줄을 찾고 싶어 퇴사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그놈의 '의미' 타령을 하며 칼을 빼든 이상 지금의 내가 어떤 줄타기를 더 하고 싶은지, 더 어울리는지, 더 잘할 수 있는지 정해야만 했고 도돌이표 질문들 속 나의 한 줄은 (아직은) '영화'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제작사에서 일하며 의미를 찾아가다가도 요즘엔 간혹 직업인으로서가 아닌 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더러 로딩이 걸릴 때가 있다. 그간 그저 일부일 뿐인 카테고리 안에서만 종종대며 매몰되어 있던 건 아닐까. 그럴 때면 문득 허해지고 곧 예기치 못한 불안이 떠밀려온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의 한 줄은 무엇인가,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는 사람인가.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헤드라인 속에서, 이제는 내 머릿속에 어떤 한 줄의 라인을 품고 살아야 할지. 막연히 재미만을 좇아 그저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그 너머 일말의 미래를 짊어져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다 어제의 출근길, 홍보사 다닐 적 후임에게서 때마침 반가운 메시지를 받았다.

"언니~ 잘 지내시죠! 갑자기 언니 생각이 났어요. 우리 호비에서 아마 처음 같이 밥 먹을 땐가? 아님 얼마 안 됐을 땐가 아무튼 그때 너무 정신없는 홍보사 업무에 머리가 팽팽 도는데 이걸 대체 어떻게 다 쳐내는지 놀라워서 ‘대리님’한테 ㅎㅎ 물어봤었어요. 그랬더니 대리님이 본인도 원래 성격은 느긋하다고, 일이니까 어떻게든 하는 거라고 말했었어요. 그 말이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종종 생각나요. 오늘도 갑자기 그렇더라고요? 좋아하는 걸 다 누리면서, 하기 싫은 건 하나도 안 하면서 살 수도 없다는 생각 ㅎㅎ 요즘에도 자주 하는 생각이라 그랬나 봐요(일 얘기는 아니에요!) 평소 같으면 그냥 대리님 생각 또 했네 하고 말 텐데 오늘은 괜히 카톡을 보내고 싶었어요♥" (*남기고 싶어서 전문 발췌)


여전히 몸서리를 칠만큼 힘들었던 그곳에서의 기억이지만, 내 몸 하나 추스르기도 벅찼던 대리 시절의 후배들이 고맙게도 이렇게 종종 떠올려주곤 해 다행이다. '일이니까 어떻게든 하는 것'. 당시의 나는 정말이지 채 소화되지 못할 일들을 꾸역꾸역 밀어 삼키고 있었나 보다.(역시 위염은 괜히 생긴 게 아니고..)

 

어찌 됐건 날선 한파를 뚫고 전해진  뜨끈뭉클한 메시지가 올해를, 그러니까 2022년을 무려 14이나 지나고 있는 내게 작은 힌트를 주었다. 지금 좋아하는  잔뜩 즐기고 있으니, 올해는 언젠가로 마냥 미뤄뒀던 하기 싫은 것도 시도해봐야겠다는 다짐. 바쁘다는 핑계대신  역시 누군가에게 뜨끈함을 전하며 살아가기를, 다짐  다짐하며 어흥어흥~!

2021년아 고마웠고 수고했다! 안녕히

/ from 효은글감 '헤드라인'


매거진의 이전글 그때도 지금도 그러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