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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미 May 05. 2022

2022-05

걷고 달리며 종종 남겨둔 기록

*05-01-일 

이맘때 엽록소 폭발하는 초록초록한 풍경을 보고파서 주말 연일 집 뒤에 있는 북악산을 올랐다. 후달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달리고 싶어서 나왔는데 곧 귀염둥이들의 공습(!)으로 멈춰야 했지만 개운했다. 얼음 넣은 와인 한 잔 부여잡고 마무리하는 5월의 첫 주말.


*05-05-목 

지난 주말부터 빠져 보는 드라마가 있다. 주변에서 열광하는 나의 해방일지도 우리들의 블루스도 파친코(는 보는 중)도 아닌 (아마도 나만 보는 듯해서.. 마구마구 추천 중인) ‘세브란스: 단절’이라는 애플tv 오리지널시리즈. 설정부터 이미 흥미진진하다. 간단하게는 직장 안팎의 기억을 분리시키는 단절이라는 시술로 출근 후 8시간 동안 다른 자아가 되는 사람들의 이야긴데 벤 스틸러의 연출도 배우들 연기도 시퀀스도 매 화마다 훌륭해서 여름철 귤 까먹듯 한회 한회 아껴보고 있다.

올해도 어느새 5월. 딱히 바쁘진 않은데 매일 바쁘게 보내고 있는 것 같아 하루를 되짚던 와중에 퇴근 후에도 일에 너무 매몰된 것 같다고 생각하던 터라 꽤 몰입하며 보게 된다. 근무시간이 유동적인 일은 결국 근무 외에도 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만약 내가 시술을 받게 된다면 아마도 뇌의 절반을 온오프하는 느낌 아닐까. 혹하다가도 역시 끔찍하다.

브로커. 헤어질 결심. 외계인. 비상선언.. 기대작들이 속속 개봉을 확정 짓고 내가 3년 내내 매달렸던 원더랜드도 드디어 개봉 가닥을 잡고 있는 지금 다시 예전처럼 천만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골똘하며 어린이날 휴일에 전주영화제 출장가는 중인 나는 아무래도 단절은 어려울 것 같지만.. 날씨도 좋고 오랜만에 고속버스타고 주전부리하니 여행 기분이네.


*05-07-토

오늘은 달리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달리고 있구나 머리 위 라일락 꽃향기 좋다 벌써 볕이 뜨거워졌네 느끼면서만 달렸다. 달리기 덕에 재빨리 주말 기분으로 전환. 


*05-25-수

불과 얼마 전까진 매일 뛰다시피 했는데ㅠ 이번 주는 수요일이 되어서야 달렸다. 볼거리도 읽을거리도 확실히 많아졌고 회의와 미팅도 빼곡히. 하루에 일의 비중이 빠듯해진 걸 보니 코로나 상황이 좀 풀렸나 이렇게 실감한다.

와중에도 가급적 신인과의 미팅은 미루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기성과 달리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아 오히려 내게 또 다른 활기와 영감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어제 만난 한 신인 감독은 대뜸 내 일과를 묻더니 명상을 추천해 줬다. 주로 남들 이야기를 보고, 듣고, 생각하시니 하루 30분쯤은 팀장님을 위해 비워두면 좋을 것 같다고. 

처음 만난 이에게 요 근래 필요했던 말을 들어 놀랐고 그사이 날 꿰뚫어본 것 같아 부끄러웠다. 실은 올 초부터 습작 중인 시나리오도 도무지 진척내기가 어려웠는데 이미 내게 타인의 것이 그득 쌓여있어 그런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오직 내게만 집중하며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절감하며. 당분간은 달리기를 명상 삼아 하루를 복기하며 푸념하기보다는 내게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으로 보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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