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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Mar 04. 2022

Unfu*k yourself


미용실에 가면 참 별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듣게 된다. 누군가는 일종의 서비스라고 하기도 하는데 난 서비스라기보다는 필수 요소 같다. 이야기를 통해 라포가 형성되어야 긴장이 풀어져서 가위라는 무기를 든 타인에게 마음 편히 나 자신을 맡길 수 있게 될 수 있으니까.


미용실 원장님의 가족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남편에 대한 불만이 많으셨다. 자신의 의견도 묻지 않고 마음대로 하고 알아주지도 않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아서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고 재정적인 이득도 놓치게 된 일련의 사건들 이야기였다.


물론 한 번에 듣게 된 건 아니고 방문할 때마다 듣게 된 조각조각의 이야기들이 꽤 긴 그분 인생의 서사가 되었다. 항상 한탄과 푸념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었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 파마약이 스며들길 대기하는 동안 원장님이 갑자기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태까지 멍청하게 살았고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괴로워했는데. 이젠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안 할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책을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


원장님의 자기 성찰이 한 단계가 올라가게 된 것이 그것도 독서를 통해 그렇게 되신 것을 보니 놀라웠다. 엄마는 그렇게 말씀드려도 애증의 수레바퀴에서 못 빠져나오시는데, 원장님은 그 굴레를 인식하고 스스로 빠져나오기로 결심하신 것이다.


원장님을 보니 이 책이 떠오른다.

<<시작의 기술>>


"쳇바퀴 위의 햄스터가 된 기분 알아? 잘 살아보려고 죽어라 뛰는데 결국엔 돌아보면 늘 제자리인 기분.

그러는 동안 끊임없이 재잘되는 자신과의 대화, 멈추지 않는 자기비판.


이 책은 자기 파멸적 독백을 경험해본 이들을 위한 것이다." <<시작의 기술>>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이 책은 좋게 말하면 군말 말고 핵심을 이야기하고 나쁘게 말하면 힘들어서 공감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1도 도움이 안 되는 책이다. 굉장히 직설적으로 꼬집는다. 한탄 모드로 있고 싶을 때는 절대 열지 않는 편이 좋다.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을 거다.


저자는 말한다. 이제 그만 운을 탓하고, 남을 탓하고 외부의 영향이나 환경을 들먹이는 것도 그만두라고. 너의 삶은 네가 참기 때문에 그 모양이라고.


"다니는 직장이 싫은가? 사귀는 사람과 잘 안 맞는가? 건강에 문제가 있는가? 그래 좋다. 새 직장을 구해라. 그 사람과 헤어져라. 식단을 바꾸든가, 운동을 하든가, 아니면 필요한 도움을 받아라." (p.37)


"그렇구나 힘들구나, 토닥토닥" 하는 공감을 원해서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누가 몰라서 그러냐고 화날만한 말을 마구 쏟아낸다. 네가 선택한 삶이라고, 네가 진짜 인지 알려면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에 대처하는 너의 자세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채찍질한다. 극복할 의지를 가져라! 그리고 스스로 의지가 있어!라고 외치라고 한다.


"우리가 뭔가를 미루거나 회피하는 이유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거나 할 수 없다고 이미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마음속 어딘가에 이렇게 사는 게 괜찮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벌써 바꾸었을 것이다. 의지가 없다고 인정하면 다른 길이 보인다. 내가 얻으려고 애쓰는 게 정말 내가 원하는 걸까? 아니라면 지금 현실은 내가 선택한 것이니 지금에 행복해라. 의지가 있음과 없음을 규정하고 필요한 것을 할 의지를 가지라고 말한다.


여기까지가 1장이다. 2장도 매운맛은 계속된다.


"사실 당신은 지금의 삶에서 이기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나쁜 남자를 좋아해서 나는 연애를 잘 못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결론을 이끌어 내고 결국 연애를 파탄 낸다고.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님에도 내가 성취하기로 했던 바로 그것을 이루었기 때문에 당신은 이기고 있다고 말한다.


"당신은 자신이 사랑스러운 연애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꼼꼼하게 그걸 증명할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성공했다. 축하한다."(p.69)


"생각이라는 것은 너무 강렬해서 우리를 계속 목표를 향해 밀어붙인다. 심지어 그 목표가 실제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조차 말이다. 이처럼 당신의 두뇌는 늘 이기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패턴에 사로잡혀서 무의식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생각이 이길 수밖에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이유로 이렇게 반응하는지 인식하는 것, 그 인식에서 벗어나 나는 이기게 되어 있다고 외치면서 진정으로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이길 수밖에 없는 패턴으로 인해 이기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첫째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나 자신에 대해 잘 알라는 거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등등.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 백승이라는 말은 자기 계발서에 가장 잘 맞는 말 같다. 전쟁은 항상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니까.


<<시작의 기술>>은 이렇게 매운맛 조언들이 쭈욱 이어진다. 개리 비숍의 이런 뼈 때리는 조언들은 나에게는 마치 카페인이나 도파민 같다. 지속되진 못해도 읽고 있으면 의욕이 솟구친다.


다음 미용실을 방문할 땐 이 책을 선물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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