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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Feb 19. 2022

능력을 키우는 셀프 가스 라이팅

1968년 미국 아이오와 주의 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실험을 했다고 한다.

1일 차 선생님은 갈색 눈을 가진 사람들이 푸른 눈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우월하다고 했다. 갑자기 파란 눈은 차별의 상징이 되었다. 2일 차에는 반대로 자신이 잘못 알았다고 푸른 눈을 가진 사람들이 더 우월하자고 하자 갑자기 대세가 역전되었다. 3일 차가 되자 선생님은 눈 색깔에 상관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배우고 싶다면 배워라. 아무도 네 눈 색깔, 피부색, 민족성을 신경 쓰지 않는단다."

50년이 넘은 지금도 피부색, 인종, 나라 등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능력에 대한 차별까지 더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능력은 측정하기 힘들다.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일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의 경우에도 일하는 분야가 다르고 맡은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에서 성적처럼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기 어려울 때가 많다.

누구는 별로 많이 일하지 않은 듯해도 능력을 인정받아 높이 평가받는 반면 누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해도 제대로 못했다고 낮게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런 일을 겪어 보았고, 그런 동료들도 많이 보았다.

설상가상 회사라는 곳은 한 번 능력이 없다고 찍히면 그 히스토리가 계속 따라다니기 때문에 그 프레임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보이는 능력'을 키우면 실제 능력이 커진다는 주장이 있다. 능력 있다는 인상을 풍기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으며, 그러면 실제 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우리가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민감하고 많은 영향을 받는 걸 보면 꽤 맞는 것 같다.

유명하다는 의사도 실제 실력이 좋을 수도 있지만 환자가 실력이 좋다고 믿고 가기 때문에 금방 나을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기 때문에 임상이 늘어서 실력이 더 좋아지게 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기 때문에 더 많은 입소문이 나서 더 많이 찾아가게 되는 선순환에 있기 때문에 점점 능력이 좋아진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고등학교 때 SAT 점수가 엄청 낮아서 항상 자신은 머리도 나쁘고 대학도 못 갈 사람이라 생각했고 나쁜 친구들만 사귀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험을 봤는데 중위권 점수가 나왔다. 시험 결과를 보니 자신도 공부 머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공부를 했다고 한다. 공부를 하니 실력이 오르고 결국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시험 주최 측에서 시스템의 오류라는 연락을 받았다. 점수 오류가 사람의 인생을 바꾼 거다.

사실 능력이라는 건 보여줄 기회가 있어야 발휘되는데 그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능력 있어 보이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실제 능력이 커지게 된다. 유능한 의사와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다.

나 또한 몇 년 전 새 팀장에게 찍혀 3년 내리 낮은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팀장은 회사에서 나가라고 했다. 하지만 HR과 면담을 하고 구사일생의 기회를 얻어 팀을 옮기게 되었다. 바뀐 팀은 외부에서 새로 오신 분이 리더를 맡고 있었기에 나를 편견 없이 대했고, 그분을 통해 나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항상 그분에게 했던 말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