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여기 있어?
얼마 전 독일에서 한 남성이 어미 잃은 다람쥐에게 추격(?)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미 잃은 다람쥐가 그 남성을 새로운 어미로 생각하고 쫓아다닌 것. 독일에서는 어미 잃은 다람쥐에 대한 신고 전화가 매년 수백 통이라지만 사실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라,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여름학기가 끝나고 약 3개월의 방학을 맞아 들떠있던 7월 중순, 친구와 밥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걸어가던 길에 어떤 커플이 길에 서있는 걸 보았다. 얼굴에 쓰여있는 '어떡해'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나무에서 아기 다람쥐들이 자기 어깨로 떨어져 지금은 화단에 있다고(???!!!!)
화단을 보니 눈도 제대로 못 뜬 것 같은 손바닥만 한 아기 다람쥐 두 마리가 꾸물대고 있는 것.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람 하고 패닉이 오던 차에, 친구가 혹시 어미가 올 수 있으니 조금 떨어져서 기다려보자 제안했고 그러자 하고 떨어져 있었지만 한참이 지나도 어미가 나타나지 않았다.
마침 일요일이었고, 일요일만큼은 레스토랑, 몇몇 카페를 제외하고 모든 곳이 닫는 독일이기 때문에 역시나 야생동물 신고센터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티어 하임(동물보호소)에 전화를 해보니 티어 하임으로 직접 데려와도 된다고. 하지만 커플 중 남자가 다람쥐를 집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해서 그 커플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았고, 하루 종일 변변히 먹은 것도 없던 우리는 식사를 포기하고 2-3시간의 여정을 하기엔 너무 배가 고팠다.
112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고 곧 구조대원들이 왔다.(독일 소방서 전화는 112, 경찰은 110이다.) 이런 일로 연락을 해도 되냐, 죄송하다고 했더니 소방서에서 이런 업무도 한다고.
구급대원들이 구급차에서 양동이를 꺼내 아기 다람쥐들과 낙엽을 같이 담았는데, 다람쥐들이 4-5미터는 족히 넘는 나무에서 떨어져 생명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다행히 생각보다 아주 활발했다.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아마 티어 하임에서 일정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친구가 얘기해줬다. 이 곳 토박이인 친구도 이런 일은 태어나서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고. 아무튼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