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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광섭 Jun 12. 2023

도파민형 인간

북리뷰-4

    모든 이들의 고민 중 하나죠. 행복은 무엇일까? 전 공대생 출신이라 그런지 명확히 정의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 제게 '행복'을 정의하는 건 정말 어려웠습니다. 뭐.. 많잖아요 그런 거.. 스토아학파 이런 철학적인 거.. 저랑 잘 안 맞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이제 고민하지 않습니다. 나름 정의를 내렸거든요.


    이 책은 '행복'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진 않습니다. '호르몬의 작용'에 의거해 과학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합니다. 그렇습니다(ㅋㅋ). 제가 정의한 '행복'은 호르몬에 의한 작용입니다. 저희의 감정은 여러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해 생깁니다. 소위 말하는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은 무엇이 있을까요? 다들 많이 들어본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 등이 있죠.


    이 책에서는 이런 다양한 호르몬들을 '미래지향적' 호르몬과 '현재지향적' 호르몬으로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미래지향적 호르몬의 대표가 도파민이고요. 현재지향적 호르몬은 엔도르핀/세로토닌 등이 있습니다.

 굳이 이렇게 구분한 이유도 있겠죠? 각각의 역할은 명확히 나누어져 있습니다.


미래지향적 호르몬 - 도파민

    시간/공간적으로 인간은 당장 내 손에 잡히지 않는 건 모두 '미래 영역'으로 판단합니다. 살짝 손만 뻗어 집어들 수 있는 스마트폰은 나의 '현재'에 있지만, 길 건너 빵집에서 소금빵 하나를 사 오는 건 '미래'에 있다는 것이죠. 특정 행동이 '미래 영역'으로 판단되면 이 행동은 도파민에 의해 통제됩니다.


"이따 집 가는 길에 치킨 먹어야지~"

"와 지금 저쪽에서 빵냄새나는데,, 너무 맛있겠다 먹어야지"

"공부 엄청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야지"

"주식 성공해서 집사야지"


다들 이런 생각을 하며 행복감과 흥분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마치 그 미래가 이미 나의 것이 된 것처럼, 도파민은 어서 네가 생각한 그 행복한 미래를 쟁취하라고 재촉하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고조되는 기분과 행복감을 느낍니다. 주변에서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성공한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는 그 순간을 즐겼다고들 하죠. 그러면서 너희들도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사는 이 순간을 즐기라고합니다. 아마 도파민을 즐기라는 뜻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 도파민이라는 친구는 상당히 강력합니다. 진화론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인류의 과거를 살펴봅시다. 우리 인류는 긴 역사동안 90% 이상을 사냥/채집을 통해 삶을 영위했습니다. 지금처럼 풍족하게 산 시간은 전체 인류역사의 10%도 안될 겁니다. 그러니 우리의 몸은 그저 '굶지 않게 사냥하고, 포식자에게 사냥당하지 않는,, 그런 생존'에 맞게 진화되어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루하루의 삶을 보장할 수 없던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미래지향형 호르몬', 즉 '도파민'이었죠.


생각해 봅시다.


    저와 제 친구가 운 좋게 사슴 한 마리를 사냥해서 먹고 있습니다. 제 친구는 지금 먹는 사슴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죠. 현재지향형 호르몬에 지배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지금 이 사슴고기를 먹으면서도, 다음 사슴은 어디서 잡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누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오래오래 살아남아 유전자를 후대에 뿌렸을까요? 당연히 저겠죠. 


이렇듯 미래지향적 호르몬(도파민)에 수용체가 많았던 사람들이 저희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저희는,, 도파민에 지배될 수밖에 없죠.


그니까 매우 강력합니다. 다이어트가 힘든 이유가 이겁니다. 치킨 먹을 생각에 너무 신나는데, 그걸 어떻게 참습니까?


물론 이러한 도파민 덕분에 인간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개개인도 이렇게 발전할 수 있죠. 미래에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몰입할 수 있는 것도,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도 도파민 덕분입니다.


현재지향적 호르몬 - 엔도르핀, 세로토닌 등


    이 친구들은 메인이 아니기에 가볍게 다루겠습니다. 도파민은 우리에게 '어서 그 목적을 달성해! 흥분되지 않아? 얼른 노력해서 그것을 쟁취하고 싶지 않아?'라고 열심히 재촉합니다. 다만,, 어이없는 건.. 우리가 열심히 행동해서 그 목적을 쟁취했을 때는 더 이상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습니다. 우리 손아귀에 들어왔기 때문에, 현재지향형 호르몬인 '엔도르핀/세로토닌'등이 분비됩니다. 이는 도파민보다는 약한 호르몬 작용입니다. 막상 우리가 목표를 이뤘을 때 생각했던 것만큼 강렬한 행복감을 오래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있죠. 왜 여행도 가기 전 계획 짜고 짐쌀 때가 제일 행복하잖아요? 그런 원리입니다.


    사랑도 똑같습니다. 흔히 우리가 구분하는 사랑의 3가지 유형(에로스 사랑과 동반자적 사랑, 헌신적 사랑)도 호르몬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처음 연애를 할 때는 이 사람을 쟁취하기 위해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도파민은 나의 연애상대를 당장 나의 것으로 만들라고 재촉하죠. 이 시기 연애는 매우 열정적이고 엄청난 행복감에 둘러싸입니다. 상대에게 항상 흥미가 느껴지죠. 하지만 1년 정도가 지나면 도파민은 분비되지 않습니다. 이제 저의 연애 상대는 내 손아귀에 들어왔다고 판단되고, 현재지향형 호르몬(엔돌핀이나 세로토닌 등)들이 분비되죠. 잔잔한 사랑을 일컫는 동반자적 사랑으로 변화되는 순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헤어진다고 하네요. (더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라든가..)


    도파민은 또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여러 상황들을 설명해 줍니다. 이미 원하는 모든 것을 쟁취한 듯한 억만장자들, 세계 정상에 오른 국가대표 선수들. 이들은 이미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음에도 끊임없이 도전할 과제를 찾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도파민형 인간'일 확률이 높습니다.. 본인들이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낄테죠. 목표를 이뤘다? 그럼 다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다른 목표를 찾는 것이죠.


    이 책의 말미에서는, 미래지향적 호르몬인 도파민과 현재지향적 호르몬들의 균형 잡힌 삶을 강조합니다. 사람마다 도파민 분비량도 다르고, 수용체도 다르다고 합니다. '도파민형 인간'이 따로 있다는 말이죠. 마냥 도파민만 쫓는 삶은 좋지 않다고도 합니다. 매번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야 하는.. 가만히 있으면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이 유형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러한 사람들은 가끔 멈추고, 창의적인(미술/작곡) 등의 활동을 통해 현재지향형 호르몬들의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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