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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이상 Jun 25. 2023

벽돌을 휘둘렀다

조현병 1m 거리에서⑧ 드디어 찾아온 사람들  

나 정말 큰일 날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간절하게 민원 게시판 올린 후 연락 온 지역 보건소 정신건강 담당 주무관님은 내게 민원 신청 이후 한 번 방문했었지만 옆 집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널어놓은 이불부터, 벽돌로 쌓은 복도의 벽 그리고 그 날 새벽의 고함과 위협까지.

주무관님은 다시 방문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경찰이 꼭 같이 가야하는 데 그 부분이 조금 어렵다고 전해들었다. 


정신질환자가 자,타해의 위험이 있는 경우 응급입원이라는 것이 가능은 한데, 그 시작점이 경찰이라고 했다. 경찰이 판단 후 응급입원을 진행할 수 있으며, 그래야 뭐라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저 제발 좀 와서 도와달라고 했다. 내가 경찰을 오라마라 할 수도 없으니까. 그냥 제발 좀 같이 와서 봐달라고 읍소하는 것 외에 할 말도 없었다.


이틀 뒤인가. 묘하게 촉이 좋지 않아 재택근무를 하려는 아침에, 보건소 주무관님 두분이 경찰 세 분과 찾아오셨다. 나를 찾아온 건 아니고 옆집을 찾아왔다. 복도 쪽 방문 창으로 빼꼼히 바라봤다. 보건소 선생님들이 그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옆 집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나는 재빠르게 밖으로 나가서 인사를 했다. 이번에 그냥 저 분들이 가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복도의 끄트머리에서 인사를 나누는 도중, 옆집 문이 열렸고 보건소 선생님들이 인사를 하며 다가갔다. 다가가기만 했다. 옆집 분이 복도에 놓인 벽돌을 들고 휘둘렀기 때문에. 얌전히 있는 사람 건드리지 말고 꺼지라고 고함치며. 그 벽돌은 한 주무관님의 손가락을 스쳤다. 


그 장면을 경찰이 보지 못한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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