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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이상 Jun 25. 2023

옆 집 문이 뜯겼다

조현병 1m 거리에서⑨ 살면서 처음 본 광경들

옆집 분을 본 보건소 선생님들은 상태가 심각하다고 했다. 경찰들도 그러면 강제로 들어가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다.


어디있었는지 모를 진압 방패와 진압봉을 든 경찰 선생님들이 우루루 등장했고, 아파트 주차장 앞에 구급차와 큰 소방차 한 대가 등장했다. 구급차 선생님은 옆집 사람가족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받았다며 막 들어가시려고 했다. 나는 글자 그대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단은 병원으로 가겠구나 저 사람은. 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런데, 못들어갔다 아무도. 그 진압봉과 진압방패를 든 경찰들도, 응급차 선생님도 아무도 못들어갔다.

옆집 사람이 현관문 도어락 배터리를 빼버린 것이다.


경찰 선생님들은 아파트 출입문 앞에서 고뇌에 휩싸였다. 그러더니 다음에 오겠다고 말했다. 나는 미칠 노릇이이었다. 요는 강제로 문을 뜯고 들어가면 저 분이 혹시 뛰어내릴 수도 있으며 그러면 일이 커진다는 것이었는데, 내 귀에는 책임지기 싫다는 말로 들렸고 나는 악착같이 지금 좀 해결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경찰은 갑자기 발을 빼며 자,타해의 위험성이 있을 때 진행하는 것인데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지 않냐며 나중에 실제 위협이 가해지면 그 때 다시 오겠다며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나는 그러면 내가 저 분의 벽돌에 머리라도 맞거나, 저 분의 칼에 피라도 흘리면 그 때 진행할 것이냐고 다그쳐 물었고, 경찰은 그럴 일이 있으면 안되겠지만 그런 일이 있어야 지금이라도 강제로 진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돌아버릴 것 같았다. 경찰이 왜 짭새라고 불리는지 알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시 한 번 나는 경찰에게, 그렇다면 그런 사고가 발생하면 응급입원이 확실한거냐고 물었고, 경찰은 장담할 수 없다고 두 발 물러섰다.


이 말에 보건소 선생님들이 화가 났다. 그럴거면 오늘 다들 뭐하러 온 거냐고. 나도 언성을 좀 높였다. 오늘 보건소 선생님이 벽돌에 손가락을 맞은 건 타해의 위협이 아니냐고. 그러면 지금 입원시키면 되지 않냐고. 경찰이 난감해하며 그러면 진행하죠 뭐. 라는 식의 대답이 나올 때 쯤. 사달이 났다.


옆집 분이 베란다 문을 활짝열고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저 소방차고 경찰차고 다 치우라고. 내가 직접 경찰서로 가서 해명하겠다고. 제발 좀 치우라고 고함을 치더니. 다리 한 쪽을 베란다 위로 올렸다. 뛰어 내리겠다는 식의 의사표현이었다.


세 시간만 동안 경찰과 나의 실랑이가 무색하게, 옆집 사람이 뛰어내릴 것 같은 액션을 취하자마자 상황은 10여분 만에 해결되었다.


소방관 선생님들은 잽싸게 옆집 문을 뜯었고, 그 사이에 아파트 주차장에는 커다란 에어매트가 펼쳐졌으며, 옆집 분은 경찰과 소방관이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오면서 소리쳤다. 내 핸드폰하고 지갑들고 오라고.


베란다에서 옆집 분이 구급차에 강제로 실려가는 것을 봤다. 가는 내내 악다구니를 썼다.

우리 집 호수, 윗집 호수, 옆옆집 호수를 큰 소리로 호명하며 가만 안두겠다고.


옆집 문은 뜯어졌고, 옆집 분은 구급차를 타고 실려갔다.

응급입원은 결국 자해의 위험이 목격되고 나서야 진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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