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온' 사람이다.
5시간.
내가 나고 자란 지방 소도시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서울 경부 고속터미널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운이 좋으면, 교통 사정이 매우 원활하다면 4시간 20분~30분 정도 걸릴 수도 있다.
물론, KTX라는 재빠른 교통 수단이 생기기 전 이야기다. 지금도 고속버스를 타면 아마 비슷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최근에 타본 적은 없지만 내가 자란 도시와 서울의 거리는 20여년 전과 변함없이 길고 또 멀다.
서울이라는 도시명을 떠올리면 지금이야 내 집이 있는 곳이고, 그래서 고향 집보다 서너배쯤 편한 도시지만 '서울에 도착했다' 라는 문장을 떠올리면 오렌지색 불빛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집에서 출발해서 경부 고속터미널에 저녁이나, 새벽(*심야 우등이라는 것이 있었다.)에 내리면 행선지가 붙어있는 사인 근처에 백열등 불빛이 은은하게 퍼져있었다. 그 불빛 아래 내리면 매캐한 매연 냄새와 터미널 특유의 뜨거운 냄새가 섞여 커다란 도시 냄새가 났다. 그 냄새를 맡으며 버스에 내려 오렌지 색 조명아래 내 그림자를 봤을 때, 아 내가 '서울'에 왔구나 하고 설레었다. 두근두근 했다. 피곤하지도 않았다. 서울에 왔으니까.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군대를 제대하고, 사회 초년생 시절까지 그랬다. 두근두근했다 서울에 도착하면.
나는 열 일곱. 고등학교 1학년 때 '아, 나는 서울에 살고 싶다'라고 서울을 동경했다.
이 오렌지 불빛에 비친 들뜬 그림자처럼 서울에 살면 매일 들뜨고, 자유롭고, 풍요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저씨가 되어 서울에 살고 있는 지금, 저 생각의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매우 틀렸다.
예를 들어 풍요로울 수 있지만 풍족하지는 않고, 자유롭지만 또 얽매여 있다.
서울 변두리의 아파트의 자그마한 거실에서 내가 왜 서울을 동경해 왔는가에서부터, 서울 속에서도 특히, 내가 꽤나 오랜 시절 살았던 '홍대'라는 특수한 지역이 그때는 어땠었고, 지금은 또 어떤가에 대해서, 아저씨가 되어 살고 있는 서울에 대해 남기고 싶어졌다.
소도시 출신 누군가에게는 동질감이
20대를 홍대에서 보냈던 40대들에게는 향수가
지금의 서울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응원이 되기를 바라며 남겨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