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이상 Dec 23. 2022

의도하지 않은 시간

40대 면접 수집가의 면접후기 모음-시작

어제 밤 갭이어라는 단어를 봤다.

갭이어, 갭이어. 익숙한 단어인데 뜻이 뭐더라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갭이어는 의도한 공백기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학업 이후 또는 직장 생활 이후 스스로를 탐색하고 앞날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지는 공백기를 의미한다.


갭이어는 지금의 내 상황과 가깝다. 가깝다고 한 이유는 공백기는 맞으나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전혀 의도치 않은 공백기를 8개월째 맞이하고 있다. 자발적 퇴사 이후, 구직자로서 살고 있는 것이다. 


퇴사의 목적은 재취업이었니까.

그러니까 내 의도는 지저분한 파리 같은 상급자를 벗어나서 더 크고 좋은, 흔히 말하는 대감집의 노예가 되거나 내가 부담스러워 하는 과업이 포함된 직무를 벗어나는 직장인 되고자 했던 것이었다.


현재까지는 실패다.

수 많은 입사지원을 하고 꽤 많은 면접을 봤고, 또 보고 있음에도 아직 어디에도 입사하지 못했다.

내 의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 시간이 내 의도와는 다르게 정말 갭이어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다.

이 지난하고 불안한 시간들이 스스로를 탐색하고 앞날을 모색하고는 있게 된 것이다. 아주 양껏, 아주 처절히.


뚜렷히 잘난 것은 없지만 성실하게는 살았기에 큰 공백없이 월급쟁이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

한 직장만 무탈히 다닌 적은 없지만 목적한 바에 따라 퇴사하고 공부도 하고, 다시 구직하고 창업도 하고, 다시 구직하고의 시간을 괴로웠을지언정 의도한 대로 무사하게 보내왔다.


2022년, 마흔에 시도한 퇴사 후 재취업이 유난히 의도치 않게 흘러가 갭이어의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이 불안정하고 머릿 속만 바쁜 시간을 기록으로 남겨보자하고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브런치를 빌려 기록해보려고 한다.


또 한 번 기왕이면 재미있으면 좋으니까 어떤 것들이 남들에게 흥미로울까 하다가 '면접'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면접 노하우, 면접 질문, 면접에 필요한 답변 뭐 이런 것들은 무수히 많고 재미없으니까. 면접 감상문. 정도가 좋겠다.


잘 쓰여진 맛집 후기처럼 읽고 있으면 그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라 흥미로웠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도 내가 수집한 면접의 장면들을 모아서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지 뭐니' 라는, 커피빈 옆 테이블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는 기분으로 누군가 봐주었으면 좋겠다.


아, 나 다음주에 또 면접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