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우상의 황혼(Twilight of the Idols)』에서 서구사회에 만연한 우상(偶像)을 폭로하고 파괴하겠다는 야심만만한 과업을 설정한다. 무엇으로 오랜 시간 견고하게 존재해온 우상을 부숴버릴 수 있을까? 니체는 철학이라는 망치를 꺼내 든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망치로 사유하는 법(How to Philosophize with a Hammer)>이다. 니체는 10개의 장을 통해 서양철학을 지배해온 이성 중심주의에 가차 없이 망치질을 가한다.
7장의 제목은 <독일인이 부족한 것들>이다. 니체가 『우상의 황혼』을 저술한 것은 신생 독일제국이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1888년이었다. 니체는 독일이 경제력과 군사력의 측면에서 부강해졌을지는 몰라도 정신은 타락했다고 비판한다. 독일의 정신은 왜 후퇴했는가? 니체는 독일 교육의 실패가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신을 고양하는 교육을 할 수 있을까? 니체의 대답은 춤이다.
“사실 모든 숭고한 교육의 커리큘럼에서 어떠한 형태의 춤이든 빠질 수 없다. 두 발로 춤을 추는 것은 물론이고 생각으로도, 단어로도 춤을 출 수 있다. 하물며 펜으로도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굳이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For, truth to tell, dancing in all its forms cannot be excluded from the curriculum of all noble education; dancing with the feet, with ideas, with words, and, need I add that one must also be able to dance with the pen?"
니체는 펜으로 추는 춤, 즉 글쓰기를 통해 정신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나도 춤을 추고자 한다. 출퇴근의 일상에 갇혀 급속한 정신의 퇴조가 계속되던 어느 순간. 번뜩 머릿속을 스쳐 가는 선율을 붙잡고. 펜으로 춤을 춘다.
춤추어라. 마치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Dance. As if no one were watching...!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