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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Jan 15. 2023

2023년 두 번째 주

재택근무와 함께한

이러저러한 이유로 모두 사무실에 복귀한 동료들과 달리 꿋꿋하게 주 2회 재택을 고수하고 있는 지금, 입사 이래 최초로 월-금 5일을 출근해야 하는 다음 주를 앞두고 오랜만에 주 3회 재택을 하게 되었다. 왕복 5-6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가 재택 하는 날을 우리 엄마나 나 보다도 더 좋아라 하는 회사 식구들이 참 고맙기도, 감동이기도 하는 요즘.



하늘을 가득 메운 미세먼지는 안타까웠지만, 날이 참 따뜻한 한 주였다. 5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봄 날씨에 버금가는 따뜻함을 자랑했던 2023년의 두 번째 주. 몇 달 동안 오전에 파트타임 일을 하던 엄마도 지난주를 기하여 자유의 몸이 되었기 때문에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어 좋았던 이번 주. 재택이 사라진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예행연습 아닌 예행연습을 하게 될 다음 주가 왜인지 걱정되고 긴장되는 한 주였다.


거의 20년 만에 열 살 무렵 모 연기학원에서 함께 연기 수업을 받던 언니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기억 너머 참 예쁘고 반짝반짝 빛났던 얼굴이 떠올랐다. 아, 그 언니인가 봐, 그 키 크고 예쁜 언니 있었잖아.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대답을 기다리는 이모 대신 빨리 생각해 내라고 재촉하며 속삭였다.


무려 이 시절 아냐!

잠시 생각에 잠긴 엄마는 이내 반가운 인연을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아아!! 그래, 누구 엄마구나! 엄마의 얼굴에서 에너지와 생기가 넘쳤던 인생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여성의 당찬 미소가 살짝 스쳤다. 이 세상 모든 어린이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제 자식이 천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지 다 할 수 있는 활력 넘치는 중년의 얼굴이었다. 이제 와 30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에 열 살 무렵의 인연이 다시 닿을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에 나도 퍽 그 전화가 반가웠다.


다시 꿈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열 살의 나로 돌아가보았다. 기억 속의 나는 열정 점치는 예체능계 학생이었다. 예쁜 한복을 입고 서울을 활보했고, 예쁜 두상 하나로 머리를 밀고 영화를 찍자는 사람에게는 단호하게 ‘국악인은 머리를 자르면 공연을 못해요.’ 하면서 거절하는 강단 있는 어린이였다. 청소년기 무렵에는 나의 이 선택을 후회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이제 클 만큼 큰 지금은 어쨌든 그 분야는 내가 감히 휘젓고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었음을 안다. 나의 성격도, 나의 성향도, 그리고 나의 재능도 다 아는 20대 여성이 되었으니까.


이강주 최고!


금요일에는 자그마치 작년 12월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회사의 Winter Party가 열렸다. 우리 팀, 옆 팀, 세일즈 팀 할 것 없이 회사의 모두가 모였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열린 오프라인 행사라고 했다. 항상 팀즈와 이메일 너머로 대화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처음으로 보고 아아!! 누구시구나 하며 인사를 나눠보기도 했다. 워낙 작은 팀이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결국 아는 얼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팀원들과 모여있기도 했다. 이럴 때 보면 E가 아니라 I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낯가린다는 이유로 I라고 주장해 보지만 단 한 번도 검사에서 I가 나온 적이 없는 95프로 E다.) 하긴, 나와 같은 사람이 내향인이라고 하면 적어도 이 한국 땅에 내향인이 아닌 자가 있을 수 없긴 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아빠에게 인사를 다녀왔다. 학원에서 일했던 시절엔 4년을 일했어도 꿋꿋이 나는 대학원에 다니니까 ’ 학생‘할래, 하고 고집을 부렸는데, 이제 직장 경력을 7년째 쌓아가는 지금은 ‘직장인’이나 ‘회사원’이 나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하고 적절한 단어가 되었다. 하루하루, 열 살의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강황이 들었다는 스타벅스의 신상 음료로 한 주를 마무리해 본다. 언제나 그렇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보지 않고 넘어가는 건 너무 아쉬운 일.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 가서, 새로운 카페에서 그곳의 시그니쳐 메뉴를 먹어 봐야지만 적성이 풀리는 나는 결국 이 강황 커피에도 무릎을 꿇었다. 사실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고 시켰다가, 메뉴를 받아가며 슬쩍 물었다, 이 커피엔 뭐가 들은 거냐고. 에? 강황이요? 당황스러웠지만 이미 시킨 메뉴였으니 물릴 수도 없다. 한 모금 입에 물어본다. 어라, 생각보다 괜찮다. 역시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법이다, 이렇게 뭐가 들었는지도 몰랐으면서 괜찮은 음료를 만날지도 모르는 거니까.


2023년의 세 번째 주를 앞두고. 다음 주에 해야 할 것들을 짜본다. 1월과 2월의 목표는 소비 패턴을 분석해 보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대학원 다닐 일도 없고, 돈도 좀 모아 보고 좀 더 어른스럽게 돈을 관리할 때가 되었다. 저도 모르게 새는 돈만 없애도 돈을 모을 수 있으리라. 1년짜리 적금도 들었다. 새 직장에서 2년 차를 향해 달릴 클라라는 3년 차가 되기 전에 n원을 모아볼 생각.


다음 주도 파이팅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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