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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Sep 05. 2023

연꽃세상

연꽃세상


                     이석례 (필명: 이석란)



한 마리가 물살을 헤치고

물가로 다가와 물어 나르는 

잔 나뭇가지와 마른 풀잎들

끊임없이 흔들리는 물 위, 동남향으로

정밀한 각도와 위치에 앉힌다.


또 다른 한 마리 일렁이는 

바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금자리 한가운데 앉아  

두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있다. 


세상 어떤 일도 알 수 없을 때가 있지


예고도 없이 불어 닥친 폭우

밤새 소용돌이치며 갈라지고 깨진 연못

비 그친 아침 자취도 없이 사라진 그 집


연못은 완벽하게 연(蓮), 수련이어야만 한다고


물 위를 가득 덮은 한여름의 수런수런 

노란 새끼 수련들이 부리를 내밀고 

깃털을 한껏 펼치며 

연잎 위를 날쌔게 뛰어다닌다.


오호! 날로 초록빛깔 숨소리 깊어지고

여린 두 다리 들고 자맥질 놀이에 빠진 

연, 수련 가득한 연못


2023.여름 <문학과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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