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3장. '사장님'이 되겠다는 착각

1장에서 우리는 '성실한 저축'이 '물가'라는 현실의 가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함을 확인했습니다. 2장에서는 '투자'가 '분석'을 넘어 '인기'와 '심리'를 예측해야 하는 불확실한 게임임을 깨달았습니다.

저축도, 투자도 확실한 답이 아니라면, 2030이 마지막으로 떠올리는 대안이 있습니다. 바로 '자영업'입니다. "어차피 회사에서 이렇게 힘들게 일할 거, 내 사업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월 370만 원 받는 직장인보다, 월 600만 원 버는 사장님이 낫지."

라는 생각은 지극히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특히 5060 은퇴 세대에게 '자영업'은 퇴직 후 제2의 직업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는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치명적인 '착각'일 수 있습니다. 자영업은 '취직'이 아니라, 내 전 재산(퇴직금)을 건 '고위험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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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착시: '월 매출'이라는 신기루

자영업을 생각할 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매출'을 '수익'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우리 동네 맘스터치 사장님, 하루 160만 원씩 판다더라."

이 말을 듣는 순간, 2030의 머릿속은 빛의 속도로 돌아갑니다.


"잠깐만, 하루 160? 그럼 한 달이면 4800만 원 아냐? 1년이면 거의 6억이잖아! 와, 저기서 재료비, 월세, 인건비 넉넉하게 절반이 빠진다 쳐도 월 2400이 남네. 세금 떼고 뭐 떼도... 못해도 월 1000은 가져가겠는데? 월 370만 원 받는 직장인이랑은 비교도 안 되잖아!"


너무나 합리적이고 당연한 계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직관적인 계산'이 바로 첫 번째 착시입니다. 이 환상이 현실에서 어떻게 깨지는지, 자영업을 시작하는 가장 보편적인 시나리오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는 바로 평생 모은 목돈(퇴직금)에 은행 빚(대출)까지 더해, 자신의 모든 것을 '영끌'해 가게를 여는 자영업자들의 가장 현실적인 모습입니다.


여기, 그렇게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한 김사장의 '실제' 월 손익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표는 숫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복잡한 '증거 자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리가 방금 했던 '직관적인 계산'이 어디서부터 틀렸는지 보여주는 '영수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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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순수익 668만 원. 40대 평균 근로소득 370만 원과 비교하면 월 298만 원을 더 버는 셈입니다.

"직장인보다 두 배 가까이 버네!"

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자영업의 본질을 놓친 것입니다.


두 번째 착시: '순수익'은 '월급'이 아니다 (feat. 투자금 회수 기간)

김사장은 '취직'을 한 것이 아니라 '투자'를 했습니다. 그의 '월급'은 손익 구조의 '인건비' 항목에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 668만 원의 순수익은 '월급'이 아니라, '초기 투자금 회수'를 위한 돈입니다.

기업 회계나 재무 관리에서는 이를 '투자금 회수 기간 (Payback Period)'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기업이 특정 사업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 데(즉, '본전'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직관적인 지표입니다.

김사장의 사례를 이 '투자금 회수 기간' 공식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김사장이 가게를 차리는 데 들어간 총 투자금은 1억 8천만 원(보증금 4천만 원 제외 시, 실질 투자금 1억 4천만 원)입니다. 직장인보다 더 버는 월 298만 원의 초과 수익으로 이 1억 4천만 원을 모두 회수(본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1억 4000만 원 (실질 투자금) ÷ 298만 원 (월 초과 수익) = 약 47개월

4년입니다.

즉, 김사장은 4년 동안 직장인보다 월 298만 원씩 더 벌어야 겨우 '본전'을 찾는 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김사장은 5년 만기로 8천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4년 만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다고 해도, 그 돈의 절반 이상(8천만 원)은 5년 차에 대출 상환으로 즉시 사라집니다.

결국 김사장이 초기 투자금도 회수하고 대출금까지 모두 갚은 뒤, '진짜 직장인보다 더 나은' 순수익을 손에 쥐기 시작하는 시점은 빨라야 4년 차, 혹은 5년 차부터입니다.


냉혹한 현실: '본전'을 찾기 전에 '폐업'한다

자, 여기서 충격적인 통계를 마주해야 합니다.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체의 5년 이상 생존율은 약 30%에 불과합니다.

1년 내 폐업률: 약 25%

3년 내 폐업률: 약 50%

5년 이상 생존: 약 30%

김사장이 '진짜 여유'를 누리기 시작하는 5년 차까지 버틸 확률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입니다. 자영업자의 70%는 '본전'을 찾기 위한 4년이라는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대하는 월 매출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15평 규모의 메가커피 매장을 연 박사장의 경우는 더욱 심각합니다.

김사장보다 3천만 원 적은 1억 5천만 원을 투자했지만, 월 매출이 2800만 원에 그쳤습니다. 그 '영수증'은 김사장보다 훨씬 암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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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매출 2800만 원을 올려도, 높은 원재료비(35%)와 인건비(30%) 부담으로 월 순수익이 226만 원에 그칩니다. 이는 직장인 평균 소득 370만 원보다 144만 원이 '적은' 금액입니다. 박사장은 1억 5천만 원을 투자했지만, 투자금 회수는커녕 매월 144만 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자영업의 성공은 '열심'이 아니라 '운'의 영역


우리는 자영업의 성공을 '열심히 일하는 것'과 동일시합니다. 하지만 김사장은 주 7일, 하루 12~14시간을 일합니다. 박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금 회수 기간(첫 4년) 동안 김사장의 시간당 수익은 8,186원(최저임금 수준)으로, 직장인(20,109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직장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했습니다.

'열심'은 자영업자에게 기본값일 뿐입니다. 5년 생존율 30%의 벽을 뚫고 투자금을 회수하여 '진짜 수익'을 내는 것은, 단순히 열심히 한다고 되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것은 '공부로 서울대 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통계적 확률의 게임이며, '하늘이 도와야 한다'는 말이 어울리는 '운'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많은 5060 은퇴자들이 '이제 취직은 어려우니, 퇴직금으로 가게나 차려야겠다'고 쉽게 결정합니다. 이는 평생 모은 자신의 안전망 전부를, 70% 확률로 실패(투자금 전액 손실)하는 도박판에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자영업도 저축, 투자와 마찬가지로 "예측에 의존하는 계획"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저축 착각: "열심히 모으면 부자가 될 거야" (→ 물가가 배신한다)

투자 착각: "분석하면 예측할 수 있을 거야" (→ 인기가 배신한다)

자영업 착각: "열심히 일하면 직장인보다 나을 거야" (→ 확률이 배신한다)


모든 착각의 공통점은 '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희생'을 정당화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보상이 이처럼 불확실하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다음 장에서는 이런 모든 착각들의 뿌리에 있는 '미래 계획의 망상'에 대해 더 깊이 파헤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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