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새끼오리 이야기 #03
새끼오리는 해가 뜨자 추적추적 젖은 몸을 이끌고 길을 나섰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고팠다. 통통한 물고기가 먹고 싶었다. 물이 차오른 냇가 끄트머리에는 통통한 고기들이 많이 있었다.
서툰 물갈퀴 헤엄으로 한참만에 고기 몇마리를 먹었다. 이제 좀 살 것 같았다. 어제 언제 그렇게 비가 내렸냐는 듯 하늘은 청초하고 맑았다.
새끼오리는 별씨를 품고 물에서 작게 헤엄을 쳐봤다. 물에 붕 뜬 느낌. 한낮의 냇가는 볕의 온도를 머금고 딱 적당한 온도로 살랑거리며 오리를 품어줬다.
둥둥 뜬 느낌이 좋으면서도 공허했다. 오리는 물 위에 있을때마다 구멍 속에서 허전함을 느꼈다. 뻥 뚫려 아무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런 큰 구멍.
냇가에서 느닷없이 큰 악어가 나타나 한입에 자신을 꿀꺽 삼킨데도 이상할 게 없는, 늪에 빠져들것만 같은 그런 큰 구멍. 눈을 감고 그 구멍을 더듬거리면, 언제나 알 속에서 들었던 이야기와 데굴데굴 언덕에서 알을 놓쳐 굴려버리던 그 감각이 살아났다.
조류는 스스로에 대한 연민따위 느끼지 않는다. 다만 경험한 감각은 날카로운 느낌으로 기억되어 신경 어딘가에 내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끔 그 감각이 살아나 괴로울 뿐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왜 사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오리에게 세상은 하루 하루 생존이었다. 다만, 온 몸을 관통하는 여러 감각들이 살아나 움직일때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제는 춥고 배고프고 미지의 두려움에 대한 공포였다면, 오늘은 볕 아래서 조차 공허할 수 밖에 없는 둥둥 떠다니는 부유체의 감각이었다.
'나는 통통한 물고기를 평생 수백마리 먹는 것보다, 울타리가 있는 마당 둥지에서 다함께 따뜻하게 지내는게 제일 부러웠어.'
오리는 날개죽지 안 별씨가 들을까 마음속으로 조용히 읖조렸다. 소나기가 오나 해가 뜨나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었다. 별씨가 있어 다행이었다. 별씨를 품은건 오리였는데, 작은 별씨가 오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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