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 몇 번이고 용서하는 것의 힘
다이어트 하는 시간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아니, 사실 나를 직면하고 사랑하는 과정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바쁨과 분주함, 생산적인 것들로 도피하기 딱 좋은 일상 아니던가. 불안함과 함께 자란 환경에서 나에게 불안, 슬픔, 냉소적, 공허함은 본연의 내 밝음과 함께 어우려져 또 하나의 내 부분조각이 되어 자랐었다.
돌이켜보면 그런 나를 괴롭히는건 항상 내면의 나 자신이었다. 상황과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왜 그것을 삶의 전부이거나 큰 것으로 받아들이는가, 왜 내 감정은 소용돌이 치는가. 그 안에는 혼자 서 있다고 생각한 내가 있었다.
'왜 사는가','왜 하는가'가 중요한 나에게 '존재로서의 당위성'을 못느끼는 순간은 굉장히 괴로운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그 정점에서 나는 아무것도 필요치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은것도, 굳이 살고 싶은 이유도 없었던 것 같다.
지켜낼 것들을 지키기 위해 덮어뒀을 뿐이었다는 것을, 다이어트 하는 동안 너무 적나라하게 마주했다. 스트레스 받을때 내 행동패턴을 통해, 운동할 때 보이고 느끼는 감각을 통해, 그 안에 내재된 내 속마음을 직시함을 통해.
몇 달간 나를 몇번이나 용서하고 다시 쓰다듬고, 미워하고, 책망하고, 다시 용서하고, 다시 울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다시 손내밀고 화해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 쓸모없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깊은 뿌리를 없애는 과정이 처절했다.
어제는 그런 내가 미워서 괜히 아이에게 화를 냈다. 최악이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내 모습이었다. 내 상태가 좋지 않아 아이에게 그랬다는게 너무 아팠다. 차 안에서 펑펑 울다가 집에가 잠든 아이를 안았다. 아이에게 내면까지 완벽하게 좋은,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었던 걸 알았다.
어쩌면 이 여정은 죽을때까지 평생 이어질 수도 있겠구나. 그러면 단기간에 나를 어떻게 할 필요가 없을수도 있겠다. 매번, 매 순간 나를 용서하고 다시 안아주고 다시 사랑하고 그런 것들의 반복일 수 있는 것이겠구나..
나에게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평생 용서해가는 것이었다.
괜챦다. 사랑한다.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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