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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Feb 15. 2021

마음이 자라 어른이 되어가는, 영화 <아이>

극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고장이 잦아 새로 구입하기에도 사람을 불러 고치기도 그런 소음을 내는 세탁기이다. 고장 난 기계를 마음이 아픈 사람으로 비유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아영의 삶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아영은 그 세탁기를 스스로 고친다. 앳된 얼굴에 작은 체구이지만 아영은 다부져 보인다.


<사진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아영(김향기)은 보호종료대상아동이며 아동학과 졸업반이다. 월 120만 원을 번다는 이유로 수급자 유지를 할 수 없게 된다. 생활과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결국 6개월이 된 아기 혁의 베이비시터로 일을 하게 된다. 혁의 엄마 영채(류현경)는 어떻게든 스스로 삶을 지탱해야 하는 미혼모이다. 영채는 힘든 삶을 이겨내야 하는 이유가 혁이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엄마로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엄마는 아기에게 세상의 전부가 되고 세상이 나를 대하는 법이 엄마인데 영채는 아기 혁에게 제대로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부족한 엄마이다. 아기는 엄마에게 애착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돌봐주는 아영에게는 잘 웃고 순한데 엄마의 손길만 닿으면 소리 내어 운다. 영채의 부주의로 혁이 다치게 되고 아영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아영을 혁에게서 떼어놓지만  아영에게 주는 페이로는 베이비 시터를 구할 수가 없다. 혼자 힘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영채는 극도로 불안하고 힘든 날들의 연속이다.


보호대상아동은 만 18세가 되어 보호종료 후 5년 동안 불리는 명칭이다. 보호종료된 이들은 성인의 나이임에도 아동이란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원에서 지원받고 자란 이들은 몸은 자라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특정 사회적 약자이다. 같은 원에서 나온 친구들을 보더라도 경제적 관념을 심어주고 직업교육이나 독립해서 살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하다. 보호종료 후 독립이란 단어는 이들에게 두려움이자 삶의 역경처럼 다가온다. 아영은 혁이를 돌볼 때 환한 미소를 보이지만 어딘가 짠해 보인다. 제대로 살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는 친구들의 삶조차 아영은 지켜보기가 고되다.


영채는 먹을 것을 주고 보살펴 주고 정서적으로 교류해야 하는 엄마임에도 아기의 생존적 본능의 무의식적인 행동마저 이해하지 못한다. 영채는 심리적, 육체적 이유로도 혁을 제대로 양육할 수 없다. 미혼모 시설에서 영채의 삶을 독려해 준 척하는 봉사자는 불법 입양을 중개하는 사람이었다.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필요한데 영채 곁에는 보호해 줄 사람도 도움을 줄 사람도 없었다. 현재 그녀를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진심을 다해 아껴주는 것은 업주 미자(염혜란)이다.


보호 종료아동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살짝 취중 언급하는 후원금 외에는 디딤 씨앗 통장, 자립 지원금, 주거지원제도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살만큼 지원받네" 하는 쓸데없는 관심을 받는 것을  아예 차단하였다. 보호종료아동의 죽음은 무연고자가 되어 장례식도 치를 수 없다. 한 인간으로 존중받고 편견 없이 홀로 세상에 적응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이야기한다. 보호종료아동 아영과 미혼모 영채의 아이 혁을 향해 '그래도 잘 자랐네' 하는 생각을 한다면 결국 이들이 못 자랄 것이라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영이 고아가 된 사연이나 영채가 업소를 전전하다 미혼모가 된 사연을 구구절절 나열하지 않고 현재의 이야기로만 집중한다. 입양 중개인을 아픈 가족이 있는 생활인으로 그려 당위성을 주는 듯한 설정이나  영화 <영주>와 상당히 많은 부분이 겹치는 김향기 배우의 캐릭터는 좀 아쉬웠다. 제작비의 한계점도 보이긴 하지만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충분하다.



<사진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이 둘을 이어주고 있는 것은 아기 혁을 위한 용기이다. 홀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용기, 정도를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용기, 모든 것에 용기가 필요하다. 혁을 위해 삶의 결속으로 관계를 맺고 절망 속에서도 전진하며 두려움을 안고 다시 시작한다. 평범치 않은 아영과 영채가 만나서 소외된 삶을 이겨내며 용기 내라 재촉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엄마는 마음이 자라고 아이는 몸이 자란다. 아영과 영채의 어른 되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번잡한 유흥가를 뚫고서 좀 더 안정적인 곳으로 나가길 모두가 응원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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