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다 보면
아 이 정도면 맞을만하다. 싶을 때가 있다.
때론 휘청거렸고 때론 주저앉기도 했지만
아 이 정도면 맞을만하다. 싶을 때가 있다.
고통에 무뎌진다는 건 이런 것 일 거다.
한때 죽어도 놓지 못하는 것이
막상 놓쳐봐도 그럭저럭 살아지는 것.
이렇게는 도저히 못 살 것 같다 싶은데
시간이 지나니 잘도 살아지는 것.
한 두 번 불어닥치는 태풍에 어느새 익숙해져 버려서
또 태퉁이야? 하고 태평하지는 것.
고통에 무뎌진다는 건 그런 것일 거다.
아 이 정도면 맞을만하다.
이런 씁쓸함이, 시간이 빚어낸 괜찮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