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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 Dec 04. 2018

무역학을 전공한 친구는 왜 레저강사를 했을까?

행동보다 행동의 이유가 중요하다

처음부터 무역학과생은 아니었다. 경제학과로 시작하였으나, 군대를 갔다 오니 학교에서 다른 과로 전향할 기회를 주었다. 물론 경제학에 애정이 있었으면 계속 했을 텐데, 나에겐 경제학은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너무 딱딱한 느낌이었을까. 그래서 이곳저곳 찔러보다가 무역학과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정말 단순한 이끌림으로 무역학과를 선택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로서 무역의존도가 높다는 점. 때문에 무역 하나만 제대로 알아도 굶어 죽을 걱정은 없겠구나 생각했다. 두 번째는 무역이라 하면 무언가 멋있어 보였다. 왠지 나라와 나라 사이를 왔다 갔다 할 것만 같고, 능통한 회화 실력으로 바이어와 대화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래서 미래의 무역인을 꿈꾸며 학교 성적을 차곡차곡 쌓고, CDCS·국제무역사·무역영어 등 무역 관련 자격증도 틈틈이 취득했다. 그러던 도중 지인이 흔히 ‘빠지’라고 불리는 가평의 수상레저에서 ‘알바 한번 해봐라’ 권유했고, 그때가 레저업계의 첫 발걸음이었다.     


편의점, 옷가게 등 평범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왜 레저였을까?

무역인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했더니 관련 지식들을 꽤나 습득할 수 있었다. 덕분에 주변 학우들은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나를 찾아 왔고, 그때 학우들에게 알려주던 재미들이 강사라는 직업에 관심 갖게 된 계기였다. 학우들에게 하나하나 자세히 알려주는 것도 즐거웠고, 나의 지식과 배움이 누군가에게 도움 된다는 사실도 기뻤다. 학우들이 나를 찾을 때마다 내가 그들의 삶 일부분에 속하는 느낌이 들었고, 또 나한테도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는 것에 매료됐다.     


그래서 가르치고 코칭하는 역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강사’라는 전문 직업을 택하면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교육, 인생, 심리, 레크레이션 등 수많은 분야 중 ‘레저’ 분야에 끌렸던 이유는 ‘손님의 유형’ 때문이었다. 내 눈에 비춰진 다른 분야 강사들은, ‘이렇게 해야만 해’라는 식으로 자신만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령 교육 관련 강사라면, ‘수학은 이러한 풀이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 ‘영어는 이러한 단어들이 많이 출제되니 꼭 암기해야 한다.’처럼 교육생의 입장은 무시하고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시대가 바뀌고 교육방식도 바뀌면서 상호 의사소통을 이뤄내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어렸을 적 나를 가르친 선생님들은 그러했다. 나는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억지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식의 강요는 하고 싶지 않았다.      


반면에 ‘레저’는 말 그대로 여가 활동이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덕분에 실력을 빠르게 상승하기 위해 무언가를 억지로 강요할 필요가 없다. 이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 부분인데,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이다. 내가 생각하는, 레저강사가 가장 먼저 손님에게 해야 할 행동은, 실력을 빠르게 상승시키는 게 아니라 재미를 붙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즐기러 왔으니 레저와 친해지도록 재미를 붙여주는 게 우선이고, 그 후에 실력을 높이려 주력해도 늦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억지로 강요할 필요가 없다. 재미를 붙이는 과정에서 강습생이 더 높은 실력을 추구하면 그때부터 실력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레저를 취미로 여기며 즐기고 싶다면 그에 맞춰 수업을 하면 된다. 이렇게 강습생과 강사가 서로 맞춰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레저강사’가 끌렸다.

     

또 다른 이유는, ‘사람에 관한 관심’이었다. 평소에도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한명, 한명 얼굴의 표정과 스타일, 태도를 구경하는 게 취미였다. 그런 취미를 더욱 확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편의점, 옷가게 같은 아르바이트는 사람의 범위가 작았다. 일정 구역 내에서 방문하는 손님만 응대해야 했고 대화를 나눌 기회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반면에, 레저강사는 기회가 많았다. 1(강사):1(손님) 혹은 1(강사):2(손님)로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시간배정도 수상레저(10~15분), 겨울스키(2~3시간). 한 사람을 알아 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혹여 그 손님이 나의 단골손님이 되고 연장강습을 신청하면 그 손님을 알아가는 시간은 더욱 늘어나는 구조였다. 구체적으로는 수업이 진행될 때, 보트 위에 있는 시간이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시간 등은 오로지 나와 손님만의 시간이고, 그 사람을 알아가는 귀중한 시간이 된다. 더욱이 손님의 유형은 전국에서 방문하고 직업도, 연령도 다양하다. 오늘 20대의 서울 청년을 가르쳤다면 내일은 포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50대의 사장님을 가르치며 그분의 인생을 알아갈 수 있다. 그래서 레저강사를 선택했다.      


PS.

물론 지금은 레저시장도 대한민국의 학구열이 파고들었다. 그래서 레저를 순수하게 즐기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레저를 ‘놀이’의 개념으로 봤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레저를 ‘배움’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 또는 가족 단위로 놀러 오던 손님들보다, 엄마와 자녀 혹은 엄마를 대신한 선생님과 자녀가 함께 와서 ‘스키를 배우는’ 비중이 높아졌다. ‘스키를 즐기러’ 방문하는 손님들은 더는 찾기 힘들어졌다. 아이들도 스키를 수학이나 영어처럼 생각하며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리고 강습이 끝날 때마다 학부모는 자녀의 교육과정을 확인했고, 저번과 실력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아이들을 혼내곤 한다. ‘레저는 즐기는 것’이라 생각하는 나는, 이러한 모습이 반갑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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