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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디바비디부 Feb 14. 2024

캐나다에서 불법 체류자 되지 않기

합법적 체류를 위한 비자,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이 글은 곧 전자책으로 출간될 예정인 '가족이 사랑한 시간, 캐나다 1년 살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책이 출간되고 난 뒤에는 부분적으로 내용이 수정/삭제될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장기간 체류를 할 경우는 반드시 그 국가로부터 합법적인 체류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가 되니까. 21살에 미국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광화문의 미국 대사관을 방문한 기억이 난다. 그때는 아직 ESTA 관광 비자도 없었기 때문에 미국으로 짧은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대사관에 가서 인터뷰를 보고, 비자를 받아야 했다. 학생 비자를 받으러 새벽같이 나간 그곳에서 작지 않은 건물을 한 바퀴 빙 둘러 서 있는 비자 발급 대기자들을 마주했다. 인터뷰까지 약 3시간을 대기한 끝에 되지도 않는 영어로 “I will go to study in USA.”라고 해맑게 웃은 기억이 난다. 여권 뒤쪽에 붙여준 종이 비자가 마치 웰컴 투 미국이라는 뜻처럼 느껴져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모른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다.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살기 위한 절차를 거치면서 그때의 생각이 많이 났다. 단기 여행을 하는 것과 달리 비자를 발급받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복잡하고 많은 서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캐나다의 나이로 9월부터는 G1으로 학교 입학을 하는 아이를 고려해서 비자 발급을 받아야 했다. 


 동행하는 자녀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부모가 자녀 무상교육이 가능한 퍼밋을 받는 것이다. 대표적인 퍼밋의 종류는 2가지가 있다. 스터디 퍼밋(Study Permit)은 캐나다 내에서 학업을 목적으로 8개월 이상 체류하는 경우에, 워크 퍼밋(Work Permit)은 일을 하거나, 일을 찾을 때 받는다. 또는 캐나다 내에서 교육 기관에 등록 후 인턴십을 할 때 받는 코업 퍼밋(Co-up Permit), 그리고 영주권(Permanent Resident Visa)이 있다. 이렇게 합법적으로 체류를 허락받은 서류가 있다면 그 자녀들은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아이를 먼저 원하는 지역 교육청에 등록하고, 입학 허가를 받는다. 지역마다 있는 관할 교육청마다 새로 전입하거나, 입학하는 학생들을 홈페이지를 통해서 등록할 수 있다. 아이가 직접 스터디 퍼밋을 받고 입국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동행한 부모들은 ‘가디언’의 자격으로 비지터 비자를 함께 받아 체류한다. 문제는 교육청 등록을 할 때 현지 가디언의 이름과 주소를 미리 적어야 한다. 아직 한국에 몸이 묶인 상태라서 집 주소도, 연락처도 없는 부모가 가디언이 될 수가 없다. 친인척이 있다면 아이의 유학이 쉬워질 수 있지만, 캐나다 밴쿠버에서 친인척이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그러다 보면 유학원 신세를 져야 하는데, 유학원에서도 나중에 부모가 함께 입국하며 비자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책임은 없다. 가끔 친부모여도 현지 가디언이 있다는 이유로 비지터 비자를 못 받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일단 급한 데로 캐나다 단기 여행 비자인 ETA(Electronic Travel Authorization)로 체류는 가능하다. 하지만 6개월 이하의 일시적인 체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서 불안하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비자 연장을 위해서 6개월 후에 캐나다를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하는데 이것 또한 불안한 일이다. 


 나와 남편도 처음 어떤 식으로 체류할지에 대한 고민을 꽤 했다. 남편이 육아휴직 상태로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나 또한 아이를 케어해야 했고, 1년은 일하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다. 셋 중 누군가는 스터디 퍼밋을 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최종적으로 캐나다 밴쿠버로 지역을 정하기 전에 미국을 먼저 고민했었다. 그래서 미국 비자를 진행 중이던 남편은 당연히 제외됐다. 원하는 교육청에 아이를 등록 신청하고, 학교 입학 허가를 받거나 내가 학교 입학 허가를 받는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됐다.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우리가 캐나다를 가기 위해 준비하던 시기는 이미 거의 모든 교육청들이 다음 학기 학생 모집을 끝낸 후였기 때문이다. 아예 다음 연도 2학기로 등록을 하거나,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어서 아직 TO가 남은 교육청들은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는 광역 밴쿠버 중에서도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한 밴쿠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밴쿠버는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학 중 하나로 손꼽히는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가 속한 밴쿠버 웨스트 지역, 남쪽 리치몬드와 맞닿은 밴쿠버 사우스 지역, 버나비와 코퀴틀람 등의 도시와 경계한 밴쿠버 이스트 지역으로 나뉜다. 우리는 그중에서 밴쿠버 웨스트 지역으로 가고 싶었다. 이왕 가는 1년 살기이니만큼 가장 외국 느낌이 나는 동네에 살고 싶었는데, 그 지역은 오래된 주택가가 많아서 우리가 상상하던 외국 동네의 모습과 가장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역은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캐나다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지역이라서 교육청이 빨리 마감된단다.      


 결국, 내가 스터디 퍼밋을 받기로 했다. 스터디 퍼밋을 받으려면 대학교에 입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캐나다 대학교 입학을 위해서는 고등학교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IELTS, TOEFL, CAEL 등의 영어 능력 증명서, 대학교 지원서, 입학 심사 비용 등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을 짧은 기간 동안 내가 다 알아보고 할 수는 없으니 유학원을 통해서 진행했다. 유학원에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서류들을 요구했다. 겨우 두 달 만에 입학에 영어 능력 점수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유학원들은 패스웨이(Pathway) 과정을 소개해준다. 패스웨이 과정은 캐나다 대학교와 파트너십을 맺은 어학원에서 제공되는데, 보통 3~6개월 과정이다. 대학교의 입학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이 조건부 입학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수강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주어진 기간 동안 패스하지 못하면 대학교 입학이 거절될 수도 있으므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동반한 자녀들이 안전하게 비지터 비자를 받고,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법을 선택하는 부모님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면 굉장히 어렵고, 고시 공부라도 하듯 밤낮 공부에만 얽매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내가 대학입학을 전제조건으로 스터디 퍼밋을 받고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에서 체류했지만, 아이가 공립이 아닌 사립학교에 입학하면서 내 학업을 이어가진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겨우 1년 정도의 시간인데 공부를 하느라 가족과의 시간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는 거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생각보다 타이트하게 공부를 해야 한다. 처음에 두 달가량은 어학원 프로그램에서 하는 테솔 수업과 영어 수업에 참여했다. 수업은 좋았고, 젊은 학생들과 오랜만에 공부하는 것도 신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1년 살기 목적은 공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과감히 나의 학업을 내려놨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깝기도 하지만 요즘은 전 세계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 공부는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지만, 외국에서 가족이 함께 1년을 살아보는 경험은 그리 흔치 않다. 나는 준비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대안이 별로 없었지만, 준비를 많이 할 수 있다면 가족 상황에 맞게 퍼밋을 준비하면 된다. 3년 이상의 해외 살이를 계획하거나, 부모님이 학업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공부를 병행하는 것도 좋다. 아무래도 대학입학 후, 4년간 등록금을 내면 가족들의 퍼밋 연장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처럼 짧은 기간이라면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하다. 해보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너무 많은 것이 1년 살기다. 

어떤 방식으로 퍼밋을 받을지 결정이 되면 순차적으로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면 된다. 보통은 유학원을 끼고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학원에서 요청하는 대로 제출을 하면 된다. 생각보다 필요한 서류가 많고, 원본 서류를 챙겨뒀다가 캐나다 입국 시 이민국에 제출해야 하는 것들도 있어서 꼼꼼히 잘 챙길 필요가 있다. 

 이왕이면 미리 파일첩을 만들어두고 하나하나 정리를 해나가면 좋다. 학교 입학을 위한 각종 서류와 입학금을 보내고 나면 입학허가증과 영수증을 받는다. 이때 영수증을 반드시 잘 챙겨둬야 한다. 나중에 입국할 때 입국 심사관에게 보여줘야 하는 서류 중 하나다. 입학 허가가 나온 뒤에는 비자 신체검사와 바이오메트릭스라는 지문 등록을 해야 한다. 캐나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영국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본인뿐만 아니라 동행하는 온 가족이 모두 해야 한다. 우리가 출국하는 시점은 코로나 시국이어서 가장 빠른 검사 날짜가 그리 늦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비자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기가 되면 신체검사를 받는 날짜가 늦어진다. 신체검사와 바이오메트릭스 등록까지 모두 끝내야만 스터디 퍼밋이 나오므로 모든 것을 가장 빠른 일정으로 잡고 정신없이 달려야 한다. 보통 바이오메트릭스 등록까지 끝내면 퍼밋이 나오기까지 2~3주가량이 소요된다. 유학원에서는 더 보수적으로 잡아서 1~3개월이라고도 얘기한다. 나의 경우는 운이 좋게도 4일 만에 퍼밋이 나왔다. 보통은 스터디 퍼밋을 받는 당사자의 퍼밋이 나오고 난 뒤에 남편과 아이의 퍼밋을 따로 진행한다. 남편과 아이는 별로 많은 서류가 필요하지 않고, 비지터 비자이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당사자인 나의 퍼밋이 나와야 캐나다 입국이 순조로워서 사실상 내가 가장 중요했다. 생각보다 퍼밋이 빨리 나와서 집을 구하고, 차를 구입하고, 아이의 여름 캠프와 학교를 알아보는 다른 일들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었다. 


 당시에는 시간이 너무 짧아 많은 부분을 유학원과 랜딩 서비스 업체에 의존했지만, 돌이켜보니 시간이 충분했다면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척 많았다. 무엇보다 유학원에 내는 수수료와 대학교에 보내는 입학금이 적은 돈이 아니었는데, 돈벌이에 급급한 유학원을 잘못 만나서 마음이 많이 상했다. 어린 시절에 어학연수를 갈 때는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이렇게까지 일이 복잡한지 몰랐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투명하지 않은 절차와 회계가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고, 세상에 돈과 관련된 일들은 웬만하면 남만 너무 믿고 맡기지 말아야 함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해외 1년 살기를 계획하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덮어놓고 유학원과 랜딩 서비스만 믿지 말라는 것이다. 남에게 맡겨도 준비 과정 자체가 피로도를 높이는 과정이다. 꼼꼼히 준비해야 할 서류들도 너무 많고, 예기치 못한 변수들도 등장한다. 유학원이나 랜딩 서비스가 그 모든 변수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심지어 캐나다는 입국 시 이민국에서 최종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때 퍼밋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할 것인가? 나와 내 가족의 인생 중 1년이라는 시간.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지만 분명한 건 인생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남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서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대한 많이 알아보고, 따져보며 준비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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