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먹는 밥, 따로 먹는 밥
감자볶음, 고추절임, 김, 총각무 볶음, 오징어 숙회, 게장, 총각김치, 계란프라이, 밥. 어느 날 집에서 차려먹는 한 끼다. 혼자 먹게 돼서 계란간장밥으로 후루룩 한 끼를 때우려다가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다 꺼 냈다. 잘 차려 먹는 다면서도 집에서 먹는 밥은 사진으로 찍으니 그릇도 제각각이고 왠지 초라해 보인다. 그래도 갖가지 반찬에 밥에 꼭꼭 씹어 먹으면서 여유로운 저녁시간이 행복하다. 사진 찍어서 한 장은 엄마에게 ‘차리고 나니 삼분의 이는 엄마 반찬이네. 고마워’, 또 한 장은 친구에게 ‘혼자 먹는 저녁 너도 잘 차려 먹어’하고 메시지를 보낸다. 식구 문화, 밥을 같이 나누는 사이는 물리적으로만 가능한 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루 2번에서 3번은 꼭 해야 하고, 혼자도 여럿이 도 할 수 있는 식사는 나에게 사람들과 만나는 가장 중요한 시간 중 하나이다. 야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혼자 잘 차려먹었네, 잘했네.‘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오히려 가까이 함께 하는 사람과 일상적인 행위에 대한 의미를 세세히 나누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