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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프란 Oct 04. 2023

세상에 예쁜 것

놓치고 싶지 않은 25개월 쌍둥이 자매의 귀여움의 조각들

5개월 만에 쓰는 글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사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프리랜서로 번역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쁘게도 번역일을 할 시간이 주어지니 짬나는 대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100% 육아에만 쏟던 시간과 체력을 내 일과 취미에 할애할 수 있다니 인생이 좀 더 다채로워졌다고 할까? ‘엄마가 되었지만 나도 소중합니다’라는 브런치북을 읽고 3개월 만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개월 만에 쓰는 글은 역시 육아일기다. 26개월이 된 쌍둥이 자매는 매일매일 귀여움 한도초과다. 남편도 매일같이 ‘진짜 귀엽다’를 연발하며 나더러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어두란다. 왜 그것까지 내 몫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엄마는 사진과 영상에 이어 글까지 남기고 싶어 한다.


여름의 끝자락인 8월 말, 한국이 가장 무덥고 습할 때 남편과 둘이서만 미국에 일주일간 다녀올 일이 있었다. 2년 만에 두 아이들과 떨어져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그 애들의 귀여움을 나열해 보는 것이었다. 나란 엄마란 참.


25개월 쌍둥의 자매의 케미는 지금까지 중 단연 최고다. 쌍둥이 육아의 어려움을 핑계로 우리 아이들은 유튜브의 세계에 좀 일찍 눈뜨며 콩순이 언니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콩순이 리듬체조, 빠빠빠, 태권도송, 콩순이 이모와 할아버지 영상을 즐겨보는 편이다. 이어 알고리즘을 따라 똘똘이 동요인 똘똘이 요가와 흥칫뿡 시리즈도 최애 영상이 되었다. 양갈래 머리를 하고 콩순이, 똘똘이와 비슷하게 생긴 둘이 춤을 따라 추고 율동을 비스무리하게 하는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언제 이렇게 커서 시시때때로 춤을 추고 있는 건지.


요즘 자매가 말을 안 듣거나 땡깡을 피울 때 내 주 전략은 경비아저씨를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마주친 적은 별로 없지만, 제복이 무서운 건지 경비 아저씨라는 어감이 무서운 건지 ‘경비아저씨 이놈~‘ 하러 오신다는 말만 들으면 말썽을 멈추고 무서워하는 시늉을 한다. 26개월 차인 아직까지도 이 전략은 유효하다.


또 둘 다 가장 귀여울 때는 바로 잠들기 직전이다. 엄마인 내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잠들기 전 아이들과 침대에서 뒹굴뒹굴할 때다. 다 같이 샤워와 양치를 하고 뽀송뽀송한상태로 서로의 볼, 배, 허벅지에 뽀뽀해 주는 순간 마치 온 하루의 피로가 날아가는 기분이다. 특히, 아이들이 내 눈, 코, 입을 가리키며 “눈, 코, 입” 하며 말하며 때로 순서대로 뽀뽀해 줄 때 어떤 형용할 수 없는 행복감이 찾아온다. 아이와 연애하는 기분이랄까. 가끔은 슬쩍 다가와 팔에 ‘쪽’ 소리를 내며 뽀뽀해 주는데,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기분이다. 밀당도 이런 밀당이 없다.


이외에도 이 딸바보 엄마는 첫째와 둘째의 귀여움을 6가지로 정리해서 메모해 두었다. 기록용으로 정리해 둔 것치고는 그 디테일들이 눈에 아른거려 나열해 보기로 했다.


첫째인 수빈이는,


1. 곧 말을 하려는지 말문이 터지는 입문과정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엄마 띠까뽀따 까끼꾸띠 빠따뜨또’, ‘아빠 띠따또까 뿌따꼬’, ‘할비 꾸까따따 띠따뚜’와 같은 외계어다. 내가 잘 받아 적은 건진 모르겠지만, 엄마, 아빠, 할비, 함미로 시작하는 된소리 발음을 웅얼거린다. 잠들려고 누워서 그 말을 듣고 있자면 꼭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기분이다.


2. 아기 때 기저귀 가는 어려움은 아이들이 자꾸 뒤집기를 하려고 해서라면, 토들러 때는 자꾸 도망가려고 해서 힘들다. 유빈이가 특히 기저귀 갈 때 잘 도망가는데, 하루는 수빈이한테 도망가는 유빈이를 잡으라고 하니 수빈이가 곁에 와 한 손으로 유빈이 허벅지에 살짝 돈을 대고 있었다. 얼른 유빈이를 잡고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유빈이를 잡고 있는 수빈이가 너무 귀여워서 엄마는 그만 웃다가 힘이 빠져버리는 것이다.


3. 요즘 수빈이가 하는 말 중에 가장 귀여운 것이 있다면 아마 이 말인 것 같다. 차에서 하는 말인 “엄마 앙아(앉아)”와 침대에서 하는 말인 “느엉(누워)”이다. 특히 침대에서 자기 옆을 손짓하며 ’느엉‘하는데 베트남어 같기도 하고 즤 옆에 누우라고 그 조그만 입에서 느엉느엉 하는 게 너무 귀엽다.


4. 둘이 콩순이 춤을 추며 침대에서 콩콩콩하는 게 일상인데, 여름이라 에어컨을 켜놔도 땀이 나기 일쑤다. 앞머리핀을 꼽지 않은 유빈이를 보며 수빈이에게 유빈이 이마에 땀을 닦아주라 하니 유빈이를 향해 ‘후~’ 부는데 엄마는 또 귀여워서 그 모습을 저장해 버리고 말았다. 사진, 영상으로도 담지 못한 귀여운 순간이었다.


5. 곧 두 음절의 말을 하려는지 옹알이의 발전된 버전인지 수시로 ‘아비야비야 부야’와 같은 말을 한다. 아마도 이 말은 정확하게 딕테이션해 메모해 둔 것 같다.


6. 수빈인 요즘 잠꼬대를 한다. 가족들이 나오는 꿈을 꾸는 건지 내일도 다 같이 놀고 싶다는 건지 늘 ‘엄마, 아빠, 할비, 함미’한다. 순서는 웬만해선 잘 바뀌지 않는다. 26개월인 지금은 ‘엄마, 아빠, 할비, 함미, 으빈(유빈), 엉니(본인)’이 추가됐다. 아빠 까까끼라는 말도 자주 한다.


둘째인 유빈이는,

 

1. 26개월인 아직까지도 잘 때 공갈 젖꼭지를 물기도 하는 자매는 자다가 깨서 쪽쪽이가 없으면 더러 울기도 한다. 특히 잠들기 전에 엎치락뒤치락 굴러다니다가 각자의 쪽쪽이를 흘리는데, 첫째가 쪽쪽이 집착이 좀 더 강한 편이다. 그럴 때마다 유빈이는 언니 쪽쪽이를 어디서 봤는지 찾아다 주고 나를 보며 씨익 또는 이히히 하는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소리가 너무 귀엽고, 어디서 찾아왔는지 언니 쪽쪽이를 구해오는 것도 귀엽다. (참고로 첫째인 수빈이는 핑크 쪽쪽이를 선호하고 둘째인 유빈이는 파랑을 선호한다.)


2. 이사한 집의 거실은 거실복도까지 거의 소음방지 매트를 깔아 놓았다.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당연히 뛰면 안 되겠지만, 아이들은 당연히 뛰어다닌다. 줄곧 뛰다가 간혹 넘어지기도 하는데, 매트에서 넘어지면 아이들은 울지 않는다. 넘어져도 유빈이는 나를 씨익 보며 이히히하고 웃는다. 엄마는 곧 녹아내린다.


3. 둘째도 첫째와 마찬가지로 가끔 외계어를 쏟아낸다. ‘엄마 뚜까뽀까 띠띠뿌’와 같은 된소리 외계어를 주로 말한다. 언니말을 듣고 하는 것 같지는 않고 둘이 비슷한 말들을 비슷한 발음으로 하기 시작한 것 같다. 둘이 목소리가 확실히 다른데, 유빈이의 외계어는 또 다른 매력이다. 귀여워 죽겠다.


4. 요즘은 둘째보다 첫째의 생떼가 좀 더 잦은 시기 같기도 한데, 하루는 수빈이가 엉엉 울길래 내가 유빈이를 보며 ‘대체 왜 그러지 언니가?’ 하고 말했더니 양손을 펼치며 ‘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꾸한다. 같이 웃어버리게 되는 순간이다.


5. 잠들기 전 양치질하는 단계에서 또 웃음보가 터진다. 처음에 둘 다 칫솔을 쥐어주고 혼자 치카치카하라며 주는데, 유빈이는 양치하고 칫솔을 던져버리거나 엄마에게 주는 속도가 언니보다 빠르다. 사실 엄마의 반응을 보려고 대강 휙 하고 칫솔을 엄마 보는 앞에서 바닥으로 던진다. 그러면 나는 화가 난 척을 하고 ‘이노옴~’하며 달려가 다시 양치를 시켜주는데 아마 둘째는 이 사고 치고 도망가는 과정을 재밌어하는 것 같다. 못 이기는 척 엄마에게 붙들려 또 ‘아, 아’ 잘해준다. 도망은 치지만 양치질은 언니보다 잘하는 편이다.


6. 보통은 밤잠을 잘 때 첫째가 먼저 잠드는 경우가 많다. 다 같이 놀다가 수빈이가 완전히 잠든 것 같은 때 유빈이가 깨어 있으면, ‘언니 잔다~ 유빈이도 이제 코오 자야지~’ 하면 요 장난꾸러기는 입으로 ‘쉬이~’ 하는 척을 했다가 바로 큰 소리로 ‘아악’ 한다. 장난질이다. 잠들기 전까지 장꾸미가 넘친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아주 천천히 커줬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이다. 만 두 돌 때까지는 참 천천히도 큰다 싶었다. 지금까지는 천천히 빨리 커라 외쳤다면 이제 정말이지 천천히 커줬으면 싶다. 이 귀여움을 부모로서 아주 오래 찬찬히 지켜보고 싶다. 막 시작한 연애가 오래오래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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