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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즈맨 Oct 19. 2020

낮잠

티끌모아 에세이

 잠을 자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아직도 오랫동안 눈을 감고 있는 행위를 통해 어떠한 원리로 몸이 회복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도 새벽이 가까워지면 졸리다는 느낌을 받고, 눈을 감고, 그대로 7시간 정도는 눈을 뜨지 않는 것이다. ‘졸리다’라는 느낌이 없을 때는 5분이라는 짧은 시간도 눈을 감은 채로 있기가 힘들다. 그건 순전히 눈을 뜨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이다. 사실 나는 초등학생 때, 눈 감고 손 들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실눈을 뜬 채로 손도 들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나는 하루에 평균적으로 두 번 졸린데, 지금은 회사를 다니고 않기 때문에 낮에도 잘 수 있는 특권을 굳이 걷어차지 않는다. 운동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어김없이 졸리다는 느낌이 들고 그러면 미끄러지듯 침대로 가서 30분 정도 눈을 감는다. 이럴 때는 눈을 뜨고 있는 것이 오히려 버티는 것이다. 요즘은 늦잠을 자고 있지 않은 만큼, 졸림 보존의 법칙에 의해 늦잠을 낮잠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30분이라도 눈을 감고 나면 반드시 기분이 상쾌해지고 의식도 또렷해진다는 것이다. 흐리하고 멍텅한 정신을 갖고 오후를 질질 끄는 것보다 30분의 명상이 나에게는 유효하다.
 스페인같은 지중해 연안 국가나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는 낮잠을 ‘시에스타’라고 부르며 상점들은 물론이고 관공서까지 문을 닫고 잠시 오후의 낮잠 시간을 즐긴다고 하는데, 잠깐의 낮잠은 생물학적으로 필요하며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니 꽤 과학적인 이유로 실행되고 있는 셈이다. 나로선 더 많은 이들의 낮잠을 꿈 꾸지만, 아무래도 실현이 어려운 일이겠다. 가끔은 뭐가 좋은지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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