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의 크기
얼마전 이케아에서 구매한 테이블이 도착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테이블보다 더 큰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나의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이 오해할 혹시 몰라서 말하지만 나는 여전히 혼자 살고 있다. 아무튼 테이블이라는 것은 집 가구 중에서는 꽤 상징적인 물건이니까.
이번에 새로운 테이블을 구매하면서 느낀 건데, 테이블이란 것은 본래의 크기보다는 1인용, 2~3인용, 4인 가구용 등으로 닉네임을 붙이는 물건이었다. 뭐, 단순히 테이블뿐만 아니라 다른 가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어차피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사람의 수가 아니라 다른 수치가 필요했다.
왜냐하면 나는 기존에 쓰던 테이블의 수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80 X 80 X 70의 정방형 원목 테이블이었다. 이 정도의 크기라면 누가봐도 1인용이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들어오면서 구매했던 테이블이었다. 집은 당시 월세 기준으로 꽤 넓은 방이었는데, (물론 옆에 큰 대로변이 있어서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그렇다 보니 혼자서 쾌적하게 살만하다. 다만 아무리 넓다고는 해도 구조상 원룸이라서, 큰 가구들을 들여올 수는 없었다.
또, 다들 알다시피 원룸에는 보통 베란다가 없기 때문에 빨래 거치대까지 생각해야 했다. 그러한 태생적인 한계의 집에, 그럴듯하게 떡 벌어진 가구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옹골찬 녀석들로 하여금 콤팩트한 인테리어를 노릴 수 밖에 없다. 사실상 구매할 수 있는 가구를 크게크게 따져 보자면 침대/테이블/책장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테이블을 구매하는데 있어서 다른 가구들보다 비교적 적은 관심을 쏟았다.
초창기에는 물건이 집에 별로 없었기 때문에 테이블에도 빈공간이 많았다. 별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집에서 보내주는 영양제나 유산균(나는 사실 장이 안 좋다)라든가, 성경책(나는 사실 기독교인이다)이라든가, 노트북(나는 사실 맥북까지는 필요없었는데, 멋져보여서 샀다. 구형 맥북 프로라서 쓸데 없이 크다), 물병, 컵, 물티슈, 냄비 받침 등등 물건이 반드시 올라가야만 했다. 그런 물건들이 반드시 테이블에 올라가야 하는 이유는, 원룸 구조상 문제이자 어릴 때부터 본가에서 자라며 얻은 내 태생적 한계이다.
아무튼 그것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나니까 내가 가용할 수 있는 테이블의 공간은 크지 않았다. 큰 그릇과 작은 그릇 한개씩만 올려도 책상이 가득해지고는 했다. 라면을 먹기에는 딱 좋지만, 떡볶이와 모둠 튀김을 먹기에는 썩 좋지않은 정도의 크기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최근 테이블에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음, 이렇게 좁았나?'라고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여러 상품들을 꽤 비교해보다가 가격과 브랜드를 고려하여 이케아의 하얀 테이블을 구매했다. 조립식이라 저렴하고, 하얀색이라 공간이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그 테이블, 멜트로프 테이블(이라고 리뷰 블로거가 말하더라)을 구매했다.
멜트로프 테이블은 기존에 비하면 길이가 40, 폭이 15 cm씩 길어졌다. 40cm는 매우 작게 느껴지는 수치이지만 테이블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경험한 나는 그렇게 느꼈다. 많은 그릇이 놓여지고, 더 다양한 음식들이 놓을 수 있다. 물론 기존에 반드시 테이블에 올라가야 하는 물건들도 그대로 올려진 상태에서 이뤄낸 것이다.
다만 이러한 느낌은 어디까지나 내가 작았던 80X80 테이블을 사용했기에 느낄 수 있는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부터 이케아의 테이블을 사용했다면, 위와 같은 느낌을 느낀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없을 것이다. 다소 비약적일 수도 있겠지만 넓어진다는 건, 여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 아닐까. 40cm만 길거나 넓어져도 마음은 이렇게나 만족스러워진다.
삶에서 40cm라는 길이는 어떤게 있을까?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뻗는 간격일 수도 있다. 팔을 벌려 누군가를 안을 수 있는 품의 길이일 수도 있다. 어쩌면 누군가를 위해 쓴 편지의 총 길이일 수도 있다. 기존에 비해 그 정도씩만 꾸준하게 넓어져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