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고현주 작가를 생각하며
서울 류가헌 갤러리 전시(2022. 12/6 -18)를 기대하고 있던 중 그녀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2년 전 류가헌 첫 전시 때 본모습도 머리에 터번 같은 모자를 두르고 있었다. 암투병 중이라는 얘기를 건너서 듣고 작가를 피곤하게 할 것 같아 사진 감상에 대한 속내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슬픔 속에서도 고운 것을 보는 눈이 탁월했고 그 아름다움이 슬픔의 깊이를 더했다.
그 후도 그녀의 작업은 계속되고 점점 더 깊이를 더했다. 난 호전되었나 보다 했는데 계속 투병 중이라는 말을 듣고 여러 생각에 잠겼었다.
바닷가에 점점 떨어진 동백꽃 이미지
그녀는 작품과 기억을 남겨두고 갔다.
문득 자이니치 작가 김석범 < 화산도> 8,9 권 어느 쯤에서
패색이 완연한 무자년 8월에 한라산으로 들어간 젊은이들을 생각했다. 그들은 4.3이 항쟁이었음을 알리며 죽음을 보탠 희생자들이었다. 고현주 씨 부고를 들었을 때,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삶의 연장으로 계속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 속에 기억으로 남아 있는 동안은. 그 완성은 각자의 몫이겠지.
생전의 고현주 씨는
“기억은 힘이 세다.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 내일 일은 신 밖에 모르는 것 같다. ”며 자신을 응원 지지해 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제주 세화리에서 4.3 영령들이 팽나무 가지마다 가뿐히 내려온 듯 환각을 주는 ‘연두 망 공원 4.3 해원상생 굿’을 보고 기분 좋게 돌아가는 공항에서 5분 늦어 7만 원 더 지불해 다음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덕분에 고 고현주 님을 기리는 단상을 쓰게 되었다. 이제 고운 영령 하나를 올려 보낸다.
고인의 고단했을 육신은 이제 평화와 안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