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완완 Mar 06. 2023

동창회

진지한 끼적임 1

 대학시절의 그가 아니었다. 한결 고집스러운 입, 건방진 태도, 누르딩딩한 머리색깔의 건장한 서른 살의 남자가 되어 있었다. 거만하게 번뜩이는 두 눈 때문에 언제라도 덤벼들 듯한 공격적인 인상을 풍겼다. 승마복의 여성적 우아함도 그의 육체가 지닌 엄청난 힘을 숨기지 못했다. 신고 있는 승마부츠는 터질 듯 부풀어올라 맨 위쪽 끈까지 팽팽했고, 얇은 상의 속 어깨가 움직일 때마다 우람한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거대한 지렛대에나 비유할 법한 무시무시한 체격이었다. - <위대한 개츠비>(F. 스콧 피츠제럴드)



 계절감 없는 얇은 옷, 잔머리가 튀어나온, 정돈되지 않은 머리를 한 채 나타날 그녀를 기다렸는데. 갈색 머리칼을 깨끗이 올려 묶은 단정한 여자가 들어왔다. 매고 있던 감색 머플러를 천천히 푸르고 네모 반듯이 개켜 짙은 갈색 헤리티지 가방에 넣었다. 붉은 기가 감도는 코트를 벗을 때 드러나는 어깨선이 우아했다. 그녀 주변에 앉아있던 이들의 몸이 저도 모르게 30도 정도 기울었다. 반갑다고 맥주를 따라주는 동창에게 눈인사를 건네는데 반듯했다. 눈매도, 입매도, 잔을 붙든 가지런한 손가락도, 어느 것 하나 어지러운 게 없어서 술에 벌겋게 익은 동창의 얼굴이 우스워 보였다.


중학교 시절, 불안을 주위에 던져 퍼뜨렸던 그녀가 아니었다. 눈 가리고 사방을 이리저리 더듬다가 맨홀 구멍에 빠지고 말았던 네가 아니었다. 너에게 난 어땠던가. 구멍에 빠진 너를 건졌던 건 늘 나였지. 난 그때 아무도 아니어서, 양팔 내밀며 기다리는 너를 구할 때 차오르는 비릿한 희열을 곱씹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녀에게 피어오른 해방감의 기색이 반갑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반기지 못했다. - <동창회>


필사/작문 연습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필사한 뒤 작문 연습을 했습니다. 원래는 필사본과 비슷한 구조로 작문해야 하는데 하다 보니 점점 달라졌어요.  

작가의 이전글 악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