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끼적임
우리 집 화장실엔 노란 악어 두 마리가 살지.
구석 진 곳에서 물기 없이, 메마르게.
우는 소리 하나 없이 살아가지.
발사이즈 평균 245.
우리는 악어의 등을 탈 수 없지.
여섯 살 조카아이 소란이 들어올 때
노란 악어는 이보다 더 구김 없고
이보다 더 꼿꼿할 수 없는 몸을 더욱더 꼿꼿이 펴겠지.
내리쬐는 백색 빛과
조카의 서투른 손 닦이에 떨어지는 물방울 맞으며
빛 한 줌 없는 어둠에서 잃어간 믿음을 깨우리라.
우리는 악어였지.
빛도 없고 아무도 없으면
서로의 몸에 바싹 기대어
플라스틱 눈알을 옆으로 한껏 돌리며
서로를 보며 속삭이리라.
우리는 바다로 버려지겠지.
입 안으로 들어오는 짜디 짠 바닷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바닷바람 쐬며 파도 위를 영원히 유영하겠지.
아니지. 정글로 버려지겠지.
그 매서운 밀림에서 먹히지 않으며
열대의 더운 공기를 마시며
영원을 살아가겠지.
이브이에이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짐에 감사하며.
둘은 한날한시에 버려지겠지.
조카아이 발조차 들어맞지 않는 그날에.
애써 눈을 감으려 해도 감기지 않는 눈꺼풀
타들어 감을 지켜보겠지.
한 짝이 아니었음에 감사해.
고마웠어.
작별을 고하겠지.
손 잡아주지 못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