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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제니 Mar 16. 2023

반토막 난 마음을 달래는 일

며칠 전 근력 홈트를 할 때였다.

하체운동을 하던 중 강도가 제일 센 탄력밴드를 끼우고 허벅지에 힘을 빡! 주는 순간,

탕! 하고 탄력밴드가 끊어졌다. 살펴보니 오래되어 고무가 다 삭아 있었다.


요즈음의 나는 그 끊어진 탄력밴드 같다.

튼튼하고 무한정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던 나의 회복탄력성이 어느 순간 뚝 끊어졌고, 그 후로는 남은 조각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

반토막 난 나의 회복탄력성은 예전만큼 강하지도, 많이 늘어나지도 않는다.

작은 일에도 쉬이 지치고 다치고 상처받고 좌절한다.


그래서 이제는 무조건 노오력과 정신력으로 존버하자는 마음을 버렸다.


대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가장 강도가 높은 까만색 밴드 같았던 예전의 내 모습에 매이지 않는 것,

유약해진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더 깨지고 찢어지지 않게 버티는 일.

나의 마음을 언제나 조심스럽게 살피고, 마음이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소리 지를 때 버티라고 고집 피우지 않고 그 말을 듣는 .

있는 대로 늘어나 열을 내며 바들바들 떨리는 내 의 고무줄을 억지로 더 늘여서 찢어져버리지 않게 다스리는 일.


예전의 밴드처럼 짱짱한 모습으로 돌아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일.

약해진 마음을 비난하며 몰아붙이지 않는 것.


내 마음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나이고 마음의 소리를 제일 귀 기울여 들어줘야 하는 사람도 나이기 때문에, 그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사건들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나를 아끼고 보듬다 보면 언젠가 다시 탄성이 좋아질 거라고 진심으로 믿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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