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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살려면..

2) 인도에 한 걸음

by 이목화

처음엔 여행 온 기분이었습니다.

호텔에 묵으며 함께 간 동료들과 하루 종일

큰 일정 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낮에는 쇼핑몰로 밤에는 레스토랑과 펍으로

첫발을 내디딘 인도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고

집에 무슨 일은 없는지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친구들과 여행 가도 비슷할 것 같았습니다.

먹었던 음식, 가봤던 장소, 인도 사람들 느낌 등등

현대화 된 곳들은 다들 보안검색을 통과해야 하고

그렇게 통과해야 하는 곳들은 여느 도시와 다를 게 없습니다.

쇼핑몰엔 우리가 기대하는 브랜드들이 있었고

카페도 한국만큼 깔끔하고 세련된 곳이 많았고

식당도 좋은 곳 많았습니다. 수저 포크도 주고요.


하지만 이곳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1년간 살 집을 구해야 하고요

현지 번호로 된 핸드폰을 개통해야 합니다.

외국인 등록인 FRRO를 처리해야 하고

현지 통장을 개설해야 합니다.

돌이켜 보면 어느 것 하나 쉽게, 빠르게 된 것이 없네요.

먼저 제일 쉬워 보이는 핸드폰 개통을 보면....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쓴다는 에어텔 지점을 찾아가

cim카드 개통을 하려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사정상 e sim을 개통했는데, 이를 위해선

otp번호 수신이 가능한 현지 번호가 있어야 합니다(?)

핸드폰을 개통하러 왔는데 핸드폰 번호가 있어야 한다..?

보통 그냥 현지인에게 돈을 좀 쥐어주고 개통한다고 하는데

저도 어찌어찌 이 단계는 넘어갔습니다.

개통 절차는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직원이 e sim개통 방법을 정확히는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면 개통이 완료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자 수신은 하루 지나고부터 가능하다는데 놀라움의 연속이죠.


한국인 에이전트나 직원을 통하지 않으면 모든 일은

꽤나 오래 걸리고, 아슬아슬하며, 쉽지 않습니다.

인도에서는 하루에 1~2개 정도의 일만 처리해야 한다고

출국 전에 많이 들었었는데

이제야 실감이 됩니다.

물론 인도뿐만 아니라 한국 외의 어떤 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살 준비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찌 보면 어느 나라에서든 겪을 일인데

인도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뭔가 좀 더 심하고

짜증 나고 답답하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 에이전트를 통해 처리했던 집 구하기나 현지 계좌는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되었습니다.

미리부터 소통하며 준비하기도 했고

적절한 소통도 가능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그런 일 처리 방식들이나

일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들.

그리고 돈을 쥐어주면 더 빨리 해결되는 여러 구조들.

조금이지만 이런 것들을 겪고 보니

인도인들과 살고 함께 일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한참 남았지만요.


매일 저녁 6~7시쯤 아내와 영상통화를 합니다.

3시간 반의 시차 때문에 한국은 10시가 넘은 시간이죠.

아내의 하루를 듣고 마무리를 함께하기 위해서

짧게라도 통화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지나가는 가족들이나 어린아이들을 보면

항상 가족들이 생각납니다.

각오했던 일이라 가볍게 넘기기도 하지만

통화할 때나 아내가 보내준 동영상을 볼 땐

마음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다시 만나면 어떨까 매일 생각합니다.

정말 매일 생각합니다. 신기하게도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매일은 아닐 줄 알았는데

매일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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