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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n Kim 김희선 Aug 09. 2019

의욕의 불꽃을 지피는 10가지 방법

적어놓고 기분이 다운되면 사다리를 타서 하나씩 해보아요

어제 쓴 글에서 일상의 회복탄력성을 위해서는 감정조절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오늘 진짜로 감정조정력이 필요해졌다. (어제 쓴 글 일상의 회복탄력성을 해킹하자.) 분명히 내가 사랑하는 일이고 내가 하고 싶어서 내가 주도해서 하는 일인데도 막 신이 나지는 않을 때가 있다. 


20대를 하루끼 책과 보낸 나는 하루끼 소설의 소박하게 사는 생활인이 우울을 날려버리는 방법들을 특히 좋아했다. 그들은 열까지 세고 크게 손뼉을 치고 심기일전을 하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할땐 와이셔츠를 정성들여 순서에 맞게 다리기도 하고, 순서를 정확히 지켜가며 요리를 하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기분이 쳐지거나 일하고 뭔가를 열심히 할 의욕이 저조할 때 써보는 방법들을 여기 늘어놓아본다. 이거 보시는 분들, 댓글로 본인이 쓰는 방법도 좀 알려주시면 너무 좋겠습니다. 




1. 차를 마신다. 커피는 집에 있을땐 아침에만, 하루에 한번 이상 마시면 두통이 생겨서 차를 마신다. 제대로 다구를 준비해서 정성껏 소량의 차를 우려낸다. 이럴때는 티백에 든 것보다 찻잎으로 된 차가 좋다. TWG에서 사다놓은 밀크우롱이나 호지차가 요새의 최애. 티 캔들이라도 같이 켜놓으면 훨씬 코지한 기분이 든다. 


2. 집에 좋은 초콜렛이 있으면 하나 쏙 입에 넣는다. 초콜렛이 없다면 사탕이라도, 사탕도 없다면 꿀이라도 단 걸 한 스푼 먹는다. 


3. 요가매트를 펴놓고 스트레칭을 한다.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영상을 보기도 하고 폰으로 책도 읽는다. 요새는 폼롤러를 깔고 다리 근육을 마사지 하는 걸 시간들여서 한다. 


4. 빨래를 개거나 설겆이를 한다. 제일 결과가 눈에 확 보이는 집안일이라서 후다닥 해치우고 나면 헝클어진 머릿속이 좀 낫다. 


5. 하루끼 소설을 하나 집어들고 배를 깔고 누워 읽는다. 읽다가 졸리면 잔다. 신간이면 아마 다 읽을때까지는 손 못 뗄 것이므로 하루 망할 각오를 한다. 비 하루끼 소설이라면 잠시 읽다가 자거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6. 예정된 여행의 목적지에 대해서 웹서핑을 한다. 요새는 베트남 하노이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고, 내년 스프링 브레이크에 어디 갈지 고민하는 시간에 조금 기분이 나아진다. (근데 이 방법은 여행을 많이 다닐수록 효과가 닳고 있다.)


7. 혼자 까페에 가서 조용한 시간을 잠시라도 보낸다. 글쓰고 포스트잇에 아이디어 쓰고 멍때리고 그러는 동안 치유가 좀 되는 기분이다. 샌프란시스코 우리 동네에는 조용한 까페가 없는 것이 큰 흠이다. 


8. 잔다. 도피성 수면. 회사라도 잠시 의자에 기대서 눈감기라도 한다. 오후라면 한 15-30분만이라도 잔다. 저녁이라면 포기하고 자면서 새벽에 일어나길 계획한다. (새벽형 인간이 된 이유가 주로 도피성으로 일찍 자버리기 때문이다.)


9. 짧은 여행이라도 어디 훌쩍 다녀온다. 풍경의 변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혼호텔링이 필요할 때도 있다. 


10. 굉장히 작은 단위의 일을 한다. 집중을 덜 해도 되는 일, 작은 일, 그런거라도 하다보면 플로가 와서 일을 막 쳐낼 수 있게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조그만 일이라도 해놨다는 것에 위로가 된다. 




친구들에게 이 방법들로 다트를 만들어서 의욕이 저조할 때마다 다트가 꽂히는 걸 해볼까 한다고 했더니, 간편 버젼으로 사다리타기를 만들 수 있는 사이트를 추천해 주었다. 다트를 던지던, 사다리를 타던, 여튼 의욕이 저조하고 기분이 쳐질때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에게 통하는 의욕 구급조치 방법"들의 레파토리를 정리해두고 늘여나가야 한다.






//Cover photo by Sarah Tr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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