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휴직) 일기, 8월 23일
해인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엄마가 시를 썼거든. 서른 넘는 인생을 살면서 엄마도 아빠도 처음 시라는 것을 써보게 되다니, 해인이 네가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낀단다. 마치 엄마 아빠의 뮤즈 같다.
너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환희가 담긴 엄마의 시 역시 여기 옮겨두고자 한다. 아빠는 이 시가 글로 써지기 전, 엄마의 입으로 먼저 읊어지는 것을 보았는데 무척 특별한 순간이었다. “되똥되똥 우리 핸이 …” 차오르는 행복 앞에, ‘쓴다’는 의식 없이 쓰인 이 시가 난 무척 좋다. 너도 한 번 읽어보렴.
되똥되똥
우리 핸이
우리 핸이
잘도 걷네
핸이 걸음
자리자리
웃음꽃이 활짝
어떻니? 널 사랑 가득 담은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이 느껴질는지. 해인아.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글로 미처 다 담을 수 없지만, 회사일로 고생하고도 널 보기 위해 달려오는, 네게 가장 좋은 것을 주기 위해 그 어려운 고비들을 넘어 젖을 먹이는 그 모습들을 아빠는 모두 보았단다. 사랑하는 아가. 넌 좋은 엄마를, 난 좋은 아내를 만났음을 새삼 느끼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