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엄마 일기 14편] 아이만큼 엄마도 성장통을 겪는다
어린이집만 보내면 내가 진짜..
이 말을 달고 살았다. 내가 가진 그 모든 암울함은 이 아이 때문인 양, 생각이 들었다. 너무 사랑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나를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허무함이 남았기 때문이다.
내 의지로 밥을 먹고, 내가 원할 때 잠을 자고, 나를 위한 커피 한 잔이 그렇게 소중한 줄 몰랐다. 또한 매일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안에 쓰고 싶은 욕망이 끓어 넘쳤지만, 그것에 비해 육체의 피로가 너무 커서 아이를 재우면서 그냥 쓰러져 잠들었을 때, 그 좌절은 컸다.
아이를 키우는 시간은 나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에게 오로지 타인을 위해서만 사는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 나를 위한 시간이 너무나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흘러가고, 다른 사람들은 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뒤쳐지는 기분이었다. 아이를 낳고 살도 찌고, 화장도 못하는 얼굴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아이만 어린이집에 보내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리라. 배우고 싶은 거도 배우고, 운동도 하고, 쓰고 싶었던 글도 쓰고 다시 멋있게 살아보리라.
그리고 36개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자. 일단, 운전을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했고, 타로를 배웠다. 그리고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만에 나를 표현하는 거라 어색할 줄 알았는데, 글 쓰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내 안에서 말들이 와글거리면서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혼자 숨어서 글을 썼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그 글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통하고 싶고, 내 안의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처음 느꼈다. 나는 흥이 났다. 그리고 쓰고 싶은 글이 많아져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그렇게 신나게 쓰다가 툭.. 그 에너지는 금방 동이 났다.
내 시간만 생기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나였고, 내가 가진 한계는 여전했다. 물리적인 시간은 늘어났지만 무한적으로 나의 재능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가진 것은 이만큼이니까.
처음의 열정은 다 어디로 가고, 다시 소파에 뒹굴며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렇게 소중했던 커피 한 잔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우연히 타로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나의 고민에 대해서 들켜버렸다. 선생님은 이제 자신은 다 지나온 모습 속에서 나를 발견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길게 보라고. 왜 그때는 10년 뒤의 내 모습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라고 생각한다고. 그랬더라면 조급해하지 않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고.
글을 쓰기만 하면, 단박에 무엇이라도 될 줄 알았다. 내 안의 욕망을 알아채는 것부터 이제 시작인 것이다. 겨우 이제 시작하면서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까지 자유를 너무나도 갈망한 나머지, 모든 것을 급하게 생각해버린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6년이 되면 모두 새로운 세포로 변한다고 한다. 그래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나왔나 보다. 나는 아이가 10살이 되고, 사춘기가 지나고, 세포가 변해서 나를 떠날 때쯤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니 마음이 다시 가라앉았다.
이제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