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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Jul 18. 2023

고3 담임의 넋두리

오늘도 글짓기를 하는 나는 누구인가?

  한숨을 쉬어도 가슴이 뭔가 막힌 것처럼 숨찬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안다. 언제 내가 이런 느낌을 갖는지..


  끝없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나를 압박해 올 때 마치 화병 난 사람처럼 숨이 막힌다. 


 그렇다. 나는 고3 담임이다. 


 고3 담임을 할 때마다 이 시즌이 되면 같은 느낌이다. 


  올 해부터 대부분의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자기소개서가 사라졌지만, 

 예년 같으면 자기소개서를 봐주고 또 봐주고 하는 시즌이 바로 지금이다. 


자기소개서가 사라지고 나니, 생활기록부의 자율활동과 진로활동 칸이 자기소개서를 

대신해야 한다며 그 활동내용을 위한 보고서를 아이와 함께 보고 또 보고 하고 있다. 


문제는 내 마음은 조급한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나는 어떻게든 아이를 채근해서 조금 더 좋은 자료를 만들어 대학에 보내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아이들을 재촉한다. 


그런데 어느 시점이 되면 아이들도 불쾌한 눈치다. 


이쯤 되면, 현타가 온다. 


누구를 위한 입시인가? 


입시 제도가 바뀌면 선생님들은 바뀐 입시제도에 맞추어 진화한다. 

입시의 빈틈이 어디인지 찾아 우리 아이가 유리한 방향으로 맞추어 준비한다. 

그렇게 한 두 학교가 준비하면 전국 수준이 비슷해지고, 

변별이 어려워진 대학에서는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한다. 

그럼 또 우린 거기에 맞춰서 진화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을 비웃지만

우리는 적극적으로 우리가 변화할 수 있는 범주안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언제까지 우리만 이렇게 발버둥 쳐야 하는지 숨이 막힌다. 


오늘은 좀 쉬어가야지 마음먹었었는데 

또 교과 세특을 써 내려가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하루하루 자기 할 일을 하느라 지치고 바쁜 아이들도 

지쳐서 새로운 일을 해낼 힘이 없는 아이들을 

채근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고 애쓰는 선생님들도 

모두가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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