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제, 잃어버린 에덴 - 정신분석과 사회학

순간을 바라보는 방법

   "잃어버린 낙원만이 진정한 낙원이다. 회상이 과거를 구원했을 때, 시간은 그의 힘을 상실한다." - 마르쿠제 -

  그것과 함께했던 시간엔 그것에 별 관심도 없었건만, 그것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것이 그 자리에 있었음을 깨닫곤 한다. 청춘의 시간을 다 써버리고 나서야, 우리가 지나온 자리가 청춘이었음을 깨닫는 것처럼 말이다. 뒤돌아보는 시간들이 그토록 미화된 이미지로 남는 이유를, 철학자 들뢰즈의 논리를 빌려 설명자면, 도통 해명되지 않는 지금에 대한 대답을 아득히 멀어진 회상의 조도 속에서 찾으려 하는 것이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없도록 떠밀려가는 나의 지금이 되찾고자 하는 이상화된 과거이다.

  어쩌면 그 지점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이들 중에는, 별 다른 해석의 글이 없어도 직관적으로 저 어록을 이해하는 경우도 있을 게다. 개인적으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많이 인용하는 이유도, 그것을 내가 꽤나 늦은 나이에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펼쳐놓는 회상의 서사가, 마침 내게서도 시작되고 있던 공명의 서정이었기에….

  프로이트를 향한 비판 중 하나가, 개인심리학적 성격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도 나중에 가서는 문화인류학적 방법을 애용했을 정도로, 사회학적 관점을 간과하지는 않았다. 정신분석은 ‘본질적으로 사회학’이라 규정했던 마르쿠제는 에로스와 문명의 도식으로 설명한다. 이 도식이 유아기로부터 오이디푸스를 거쳐 사회화가 되는 개인의 역사에 적용된다. 우리는 태초의 충동을 지니고 태어나 점점 문명의 문법을 습득하면서 어른으로 자라난다. 때문에 니체와 정신분석 계열에서 유년의 시절이 관건이기도 한 것이다. 태초의 충동대로 살 수만은 없어서 사회계약을 맺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에로스는 문명에 의해 승화가 되거나 억압이 된다.

  우리가 본능적으로 지닌 자연성은 문명에 의해 타락한다는 것이, 루소가 표방한 자연주의의 전제이다. 마르쿠제는 우리가 부단히 쟁취하려 드는 행복의 지향처가 유년 시절에 지녔던 그 자연성에 대한 회상의 속성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 어른으로 자라나면서, 문명적 사회의 가치를 주입받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각자의 에덴으로부터 추방된다. 때문에 우리는 저마다의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레트로토피아적 열망을 지니고 있다. 정신분석에서는 다시 그 에덴에 닿으려는 열망의 승화물들을 문학과 예술로 설명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서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기도 하고….

- <순간을 바라보는 방법>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