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레이 달리오에 입덕한 사연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 공포에 휩싸였다. 세계 금융시장도 대혼란에 빠졌다. 이른바 'Nobody knows' 공포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종착지가 어디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됐다.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이자 '월가의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는 피터 린치는 이렇게 말했다.
폭락하기 직전에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하지만 아무도 폭락 시점을 예측하지 못한다. 게다가 시장에서 빠져나와 폭락을 피한다고 해도, 다음 반등장 전에 다시 시장에 들어간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공교롭게도 나는 지난 2월 중순, 그러니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하기 전, 미국 주식을 시작했다. 미국의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ETF를 매수하면 서다. 미국 증시는 11년째 강세장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주, 거짓말같이 미국 증시가 줄줄이 폭락하고 말았다. 그 5일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주라는 평을 얻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어안이 벙벙했다. 미국 주식을 막 시작한 시점에 하필,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내 가족의 안위를 좌우하는 재산을 지켜내야겠다는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주식투자에 발을 담근 지 4년이 흘렀지만 이토록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출렁이는 주식 시장만큼 내 마음도 요동친다. 훗날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이 시점에,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 시장에 직접 뛰어든 것이 투자 공부를 전투적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되었다. 불안과 두려움은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투자에 임하는 나의 태도와 마음자세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그 변화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세계 경제 이슈다.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들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 원달러 환율, 기준 금리, 유가 동향, 금 시세 등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9일, '공포의 블랙 먼데이'가 재현됐다. 개장 직후 S&P500 지수가 7% 폭락하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15분간 거래가 일시 중지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증시 전체가 일시 중지된 것은 1997년 이후 23년 만이다. 같은 날, 국제유가도 30% 이상 폭락했다. 이는 1991년 걸프전 이후, 하루 기준으로 최악의 하락을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 19'가 엎친데 '역 오일쇼크'가 덮친 격이다.
올해로 4년째 조간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 신문을 읽으면서도 (때때로 며칠씩 밀려 읽기도 하고) 유용한 정보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 생활의 질을 높이거나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딱히 내 경제 상식이 높아진 것도, 재테크 공부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문득, 이런 식으로 마냥 기사를 흘려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문 읽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미국 투자를 시작한 계기로, 주요 경제 이슈를 기록하고 모의 투자 시나리오를 짜보는 '투자 노트'를 시작한 이유다. 사실,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금리, 환율, 유가 등은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기준 금리는 대출 금리, 예금 금리를 변동시키고, 유가와 환율은 물가에 크게 관여한다.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나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을 중단한지는 2년이 넘어가고, 페이스북은 지난해 영구 탈퇴를 했다. 가까운 친구들도 매일 연락을 하지는 않으므로, 친구들이 어제,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를 갔는지 실시간으로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제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 사고, 이슈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친구들이 여행을 하거나 맛집을 가는 사실은 내 생활에 직접적으로 변화를 주지 못하지만, 미국에서 벌어지는 올해의 대선 레이스는 내 계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5년 전, 미국 테드(TED) 강연에서 '핵보다 무서운 것은 전염병이며, 머지않아 세계적인 대유행이 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를 예시로 들며 향후 더 파괴적이고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찾아와 인류에 큰 고통을 줄 것이기에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의 말은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대유행으로 현실이 되었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복도에는 1930년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 등 비극적인 사건의 신문기사가 큼지막하게 걸려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반세기 이상 주식 투자를 해온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조차도 시장에 대한 겸손한 자세로 불행한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미래를 대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전염병 전문가, 의료진, 제약사들은 스페인 독감,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과거에 찾아온 바이러스들과 비교, 분석하며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과거 전염병이 찾아왔을 때 시장의 변화가 어떠했는지 복기하는데 열을 올린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는 과거의 역사를 근거로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세계 경제는 V자 혹은 U자를 그리며 회복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 유명한 석학들, 세계를 변화시킨 경영자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의 겸허한 자세를 본받아 나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역사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수단인 책을 통해서 말이다. 고전 경제서, 철학서, 역사서를 탐닉하는 것이 그 첫출발이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앞으로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후 아이는 고작 14살이 되지만, 아이 앞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가 경험해온 과거를 기준으로 현재 아이의 교육을 결정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까? 그게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스웨덴의 17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지구가 불타고 있다'며 기후 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녀는 지난해 유연 연설을 통해 세계 정상들에게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당신들은 우리 젊은 세대를 실망시켰고, 우리는 당신들의 배신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다. 만약 우리를 실망시키는 쪽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내가 아이가 없었다면, 그녀의 외침이 이처럼 강렬한 울림으로 전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아이들에게 신선한 공기, 깨끗한 물마저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 상황 속에서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환경에 대한 걱정이 커지지 않을 수가 없다.
자연스레 친환경 산업,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10년, 20년, 30년 후,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큰 영향력을 미칠 분야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인공지능, 우주산업, 헬스케어 분야에도 눈길이 간다.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눈 앞의 손실과 이익을 따지기보다 더 멀리,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내 발등에 떨어진 것들에 집중해온 삶을 살아온 나에게는 특히나 이런 훈련 과정이 꼭 필요하다. 오늘의 나의 노력이 훗날, 우리 가족이 더 나은 삶을 사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면 더없이 기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