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급한 분들, 꼭 필요하신 분들께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의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된 지 닷새째지만, 전국적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공적 공급물량을 80%로 높임에 따라 산업계 종사자를 위한 물량은 부족해졌다. 불가피하게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곳에 마스크가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적 마스크는 1주일에 한 번, 1인당 2장의 마스크만 살 수 있다. 국내 마스크 1일 평균 생산량이 1000만 장 안팎이라고 하니, 국민 1인당 마스크 1장도 돌아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새벽에 일어나 약국 문이 열기도 전에 줄을 서서 겨우 마스크 두 장을 손에 쥐거나, 몇 시간 기다렸음에도 마스크 한 장도 사지 못한 채 허탕을 치고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연일 들리는 이유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연일 가시화되는 상황 속에서 시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마스크 양보 운동"을 접하게 됐다. 이 운동은 마스크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말 필요한 분들도 줄 서서 어렵게 구해야 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임산부, 영유아 등 사회적 약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인식에서 나왔다.
마스크 양보 운동에 동참합니다
나도 마스크 양보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당분간 마스크를 사지 않을 생각이다.
전업 엄마인 나는 큰 무리 없이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이 가능한 여건이다. 최근 한 달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고, 신선식품은 앱이나 가까운 슈퍼에서 그때그때 사고 있다. 하루에 한 번도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고, 나간다 하더라도 1시간 미만의 외출이 전부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집에는 20여 개의 마스크가 있다. 소형은 10개 남짓이 있고. 마스크 하나를 2~3번 재활용해서 쓰고 있으니 두세 달은 버틸 수 있는 분량이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매일 출퇴근을 하고, 사람들과 대면하는 일을 하고, 수많은 확진자들을 진료해야 하는,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께 마스크가 돌아가기를 바란다. 아이를 키우는 나는 대구, 경북으로 내려가 자원봉사를 하거나, 기업인들처럼 많은 기부금을 내거나 할 수는 없다.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몰라도, "마스크 양보 운동"은 지금 당장 내 힘으로 실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다,라고 생각한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최근 한 칼럼에서 '전염병은 마음의 기원이다' 고 했다. 대규모 전염병은 라이프스타일을 통째로 바꾸어 놓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집단의 생존을 위해 제한되고 침해받는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전염병이 창궐했던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들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마음의 기원이 전염병에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교수는 코로나 19 전염병이 더 오래 지속된다면 우리의 의식까지 바꿀 수 있으니 이를 주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던진다. 열린 마음을 갖고 위축된 개인의 권리와 개성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의식의 폐쇄성이야말로 우리의 영혼을 감염시키는 위험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