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빛 Jan 26. 2023

고입 입학설명회 후기 2

2026학년도 대입을 치를 예비 고1을 위한 조언


 먼저,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을 중심으로 목차를 정리했다.


 1. 2026학년도 대입 제도의 핵심
 2. 우리 학교의 강점
 3. 예비 고1의 준비 사항

 

 1번을 작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사실, 조금만 서치를 해도 친절히 설명해주영상이 많이 있었다. 2024학년도 대입부터는 자율동아리, 개인봉사, 독서, 수상이 대입에 미반영된다. 이밖에도 진로선택과목의 반영 비율이 확대되며 교과전형 내 서류평가를 실시하는 학교가 늘어난다.(경희대, 건국대, 동국대) 또한, 지역균형 전형이 확대되니 교과전형을 노리는 것이 입시에 유리한 전략다. 마구잡이로 써내려갔던 내용들을 구획화하여 정돈하니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출 수 있었다.


 3번을 정리할 때, 예비 고1 학생들과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련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로 탐색이다. 겨울 방학 때 먼저 해야할 일은 부모와 자녀 간의 충실하고 깊이 있는 대화이다. 단, 진로를 1학년 때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평소 관심 있는 내용이 생기면 기사를 찾아보거나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활동을 꾸준히, 많이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독서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비판적 이해력과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며 당장 3월부터 맞닥뜨릴 전국연합 모의고사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이다.


 2번이 가장 어려웠다. 우리 학교의 장점? 사실 좋은 고등학교는 와 달라고 소리치지 않아도 향기가 퍼져 자연스럽게 학생, 학부모가 몰린다. 오히려 억지로 장점을 꾸며내고 떠들면 역효과가 날 것이다. 과연 무엇이 우리 학교의 강점일까.


  혼자서는 찾아내기 힘들다는 생각에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우리 학교에 오니 어떤 점이 좋아?


 - 배수가 잘돼서 비가 많이 온 뒤에도 축구를 바로 할 수 있어요. /

 - 매점이 있어서 식사 시간 사이에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습니다!


 ...그래, 역시 알아서 찾아봐야겠다.


 어떻게 우리 학교를 어필해볼까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 보니, 설명회가 5일도 남지 않은 것을 알아챘다.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 자료를 완성하고 발표 연습에 돌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손이 바빠졌다.


 11월 25일. 입학설명회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준비가 70%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 무조건 밤을 새야겠다고 다짐하던 찰나, 선생님들께서 긴장도 풀겸 리허설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리허설이라니... 더 긴장되었다.

 미완성된 프리젠테이션을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엄청난 수치로 다가왔다.

 하지만, 좋은 기회로 삼고 피드백을 받으면 내일 있을 설명회를 더 잘할 수도 있으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역시나 가장 큰 문제점은 타임 오버였다.

 지난 3년 간의 대입 제도 변화를 설명하는 것에 너무 주안점을 두다 보니 듣는 학생, 학부모 입장에서 매우 지루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작 우리 학교 학생들의 입시 결과가 묻히게 되므로 학교의 장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피드백이었다.

 

 모든 발표 자료를 갈아 엎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타이핑을 쳐놓은 열장 남짓의 대본과 약 40장 정도의 프리젠테이션을 모두 휴지통으로 넣을 수는 없다. 분명히 쓸모 있는 자료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좀더 다듬어 필요 없는 정보는 지우고 필요한 내용을 더욱 촘촘히 넣을 것이다.

 

 2번을 최대한 부각시켜달라는 선생님들의 요구 사항에 맞게, 그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천천히 생각해보았다. 얼마 전 반 아이들과 인터뷰를 할 때 상담을 꼼꼼히 잘 해주시고 학생부 기재도 학교 생활을 바탕으로 진로와 연계하여 필요한 내용을 충실히 적어주셔서 좋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 말은 졸업한 우리반 학생들에게 꾸준히 들어왔던 말이기도 하다. 이 점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모의고사,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스스로 만들어본 학생 개인별 대학 지원 전략과 상담 기록 내용을 슬라이드 몇 장에 담았다. 또한, 대학 면접에서 실제로 어떤 질문이 나왔으며 그 질문은 학생부 어디에 기재되어 있는지도 꼼꼼하게 찾아서 편집했다. 교사는 어떻게 서포트를 했고, 학생은 어떻게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충실히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에 따라서 X.XX등급대 아이가 결과적으로 어떤 OO대학, 학과에 합격을 따냈는지 내가 사용하는 대입상담프로그램 화면을 캡처하고, 대학 입학처 사이트에 들어가서 3년치 입시 결과를 모조리 다운받아 분석했다.


 20페이지에 육박하던 2026학년도 대입 제도를 단 2페이지로 줄이고, 발표 슬라이드의 나머지 80%를 우리학교의 입시 결과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 상담 내용 등으로 구성하였다. 그러니까, 입시 설명회를 오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정보들을 위주로.


 시계를 보니 또 새벽 6시를 넘어가고 있다.

 괜찮다. 이미 밤새는 것에는 단련이 되어있었다. 게다가, 몇 시간 뒤면 설명회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은 막판 스퍼트를 내기에 충분했다.


 창밖으로 차오르는 햇빛이 디데이임을 알렸다. 갑자기 너무 떨려서, '발표 울렁증 극복 방법', '떨지 않고 프리젠테이션 잘 하는 방법' 등의 영상을 닥치는 대로 찾아 봤다. 떨지 않는 발표의 기본은, 여유로운 마음가짐과 발표 내용을 모조리 외워버리는 것이란다. 임용 수험생 시절 줄기차게 써먹었던 '백지 암기법'을 동원하여 무작정 발표 내용을 한글 파일에 타이핑쳐 내려가며 불안한 심신을 달랬다.


 발표 두 시간 전. 못잔 탓인지 긴장이 되지 않았다. 쉬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한 탓이다.

 가장 먼저 강당에 들어와 자리가 채워지는 객석을 미동도 없이 지켜보았다.


 건방지게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만 들었다.

 얼른 무대에 올라가 준비한 내용을 다 쏟아내고 싶었다.

 많이 성장했구나. 전혀 떨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



'...대입의 길은 험난합니다.
하지만, 학생이 길을 잃지 않도록 등대가 되어주는
OO고가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월 26일 오전 10시. 20분 쪽잠을 자고 무대에 선 터라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다 난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한달 조금 넘게 걱정과 근심으로 마음을 앓게했던 고입 입학설명회가 무사히 끝났다.


 잘 해주었다고 많은 선생님들께서 칭찬해주셨지만, 그것이 정말 잘해서 받은 칭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많이 부족했으나 무사히 잘 끝난 것'에 대한 격려의 말이라고 받아들이고, 이번 설명회를 발판 삼아 다음에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욱 내용을 알차게 꾸려 무대에 서겠노라 다짐하였다.


 인생에서 굵직한 일들을 꼽자면 수능 재수, 임용 공부, 기간제, 현 임용교에서의 교직 생활 정도다. 난생 처음 강당에 서서 마이크로 내 음성을 우렁차게 전달했던 고입 설명회 또한 굵은 획으로 남게 되었다. 교사를 넘어, 강연자라는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한 소중한 기회로 말이다.



매일 일을 끝내고 잊으라.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새로운 내일을 훌륭하고 침착하게 시작하라.
높은 정신 상태를 유지하며
구닥다리 허튼소리에 얽매이지 마라.

-랄프 왈도 에머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