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력감에 압도되지 않는 법
보통 혼자일 때의 나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어떤 문제의 해결책이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는게 자주 나를 매너리즘에 빠지게 만든다. 인류가 일궈낸 산물들에도 큰 감흥이 없다. ‘배달용기 친환경 소재로 바꾸기’ 같은 마케팅 전략을 볼 때마다, ‘그냥 배달을 안 하는게 최선일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모든 행위는 전부 정치적인 것 같다. 그럴 때면 나는 그냥 산으로 시골로 동굴로 들어가 숨고 싶어진다.
그래서 나는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면 일단 무섭다. 어떤 욕심이나 욕망이 나를 버겁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안엔 나의 어떤 기대나 환상같은 것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또 그 기대와 환상들이 무너질 때마다 사실 너무 괴롭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 리스크부터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한 선택이라면, 후회까지도 감내하는 선택인 셈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스스로를 괴롭혀 일을 망칠 때가 있고, 그렇게 되면 하고자 하는 의욕을 상실한다. 이걸 왜 하고 있나 싶고, 아무 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일에서의 의미를 자주 잃는 편이다. 그럴 때 나를 붙잡아주는 게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은 당신이 잘 할 것 같아요.” “이 일에는 당신이 필요해요.”
자진해서 그들의 필요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나를 믿어주는 그들의 생각과 말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 있는 힘껏 그들이 나에게 보내주는 신뢰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긴다.
내가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결국 내게 사회적 효용감을 주는 주변의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