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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뉴 Jul 08. 2021

업무의 기본, 커뮤니케이션

하지만 기본이 가장 어렵지


요즘 회사에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직원이 코딩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코딩으로 이런 것도 할 수 있대. 저런 것도 할 수 있대.” 라는 말은 몇 년 전부터 심심찮게 들려왔고, 그 말에 뒤따라 오는말은 무조건 “와. 그럼 사람이 할 일은 진짜 많이 사라지겠네.” 였다.


이런 불안감을 조장하는 예측들에 떠밀려 학부 때는 소프트웨어연계전공을 신청했었다. 주전공인 디지털미디어전공의 교수님들은 개발만이 살길이라며 당장 코딩을 안하면 도태될 것처럼 말씀하시곤 했다. 총 10과목을 이수해야 해당 전공으로 학위가 나오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나는 4과목을 겨우 듣고 컴퓨터 언어라는 장벽에 부딪혀 중도하차를 선언했다. 영어도 5등급인 내가 무슨. 그중에 그나마 들었던 과목은 UX/UI 설계같은 서비스 기획 관련 수업이었는데,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하는 일이 내겐 참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사람이 하는 일이 사라지면…정말 실력 있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만 살아남겠네.”

그럼 경쟁력을 갖추겠답시고 어중이 떠중이로 코딩을 배울게 아니었다. 코딩은 이렇게 배워봤자 정말 개발이 전공분야이고 코딩을 사랑하는 너드들에게 밀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내 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려야하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괜히 남의 떡 넘보지말고 내 분야에서 전문성이나 갖추자는 심산이었다. 그 때부터 전문성에 대한 갈증이 조금씩 생겼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또 다른 곳에 있었다. 나는 내 분야가 뭔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다. 기획하는 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희망하는 산업군을 제대로 정한 것도 아니었고, 가고 싶은 회사나 하고 싶은 직무가 딱히 명확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늘 내 앞에 놓인 선택지들 중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현재에 집중해 살아왔지만, 불명확함에서 오는 불안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여러 분야에 걸쳐있는 나의 업무 때문에 전문성을 갖지 못하면 어떡하지? 내 커리어가 물경력이 되면?”


…설마 내가 지금 이 순간들을 헛되게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첫 커리어가 스타트업일 때의 느끼는 갈증에 대해서 정리해놓은 글 (https://www.instagram.com/p/COxqmBlFYOc/)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내가 느끼는 불안함과도 너무 비슷했다.  그 글에서 언급된 것은 다양한 업무나 사수의 부재로 인한 전문성 갈증이었다.

첫 번째, 다양한 업무. 실제로 지금 나는 제조도에서 한 분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업무들을 맡고 있으며, 이 커리어가 나에게 나중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두 번째, 사수의 부재. 누군가 가이드나 매뉴얼을 던져주는 것보다는 스스로 문제에 부딪혀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선호하면서도, 내 방식이 업계에서 근본없는 방식인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함. 이상한 양가감정이 들곤 한다.


우연히 만난 글의 끝 부분에서 이 갈증들을 해결할 수 있는 조금의 실마리를 얻었는데, 바로 주니어 커리어에서는 ‘메타스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메타스킬’이란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논리적 사고를 포함한, 직무와 산업에 상관없이 필요한 능력을 의미한다.


미래에 살아남는 사람들 리스트에 항목 하나를 추가하고 싶다. 실력 있는 ‘커뮤니케이터’. 메타스킬은 주니어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사실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원래 기본이 제일 어려운 법. 아무리 훌륭한 기획을 가지고 있고, 훌륭한 디자인을 하고, 훌륭한 코딩을 하는 개발자라도 타인에게 그것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들은 결국 아무 쓸모가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전문성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언어를 갖는 게 필수적이다. 더불어 나는 내 의견 뿐만 아니라 남의 말도 찰떡같이 이해해서 잘 전달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회사에서 배우는 코딩 스터디는 떠밀려서 선택한 시간이 아닌 나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기 위한 시간이 되었으며, 두려워했던 AE업무도 내가 스스로 그어놨던 한계를 극복하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나의 전문성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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