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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Nov 25. 2021

마켓 앞 주차는 횡재다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기분 좋은 어느 순간 이야기 6

아무 생각도 없고, 어떤 기대도 없던 순간 문득 찾아든 작지만 기분 좋은 일.

그로 인해 내 인생의 3초가 어떤 때는 나의 하루가 달콤해집니다.

모르는 사이 삭막해진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아주 사소하고 극히 평범하지만 특별한 순간들.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장을 보러 오는 날, 가장 분주한 시간일 걸 알면서도 피할 수 없어 장을 보러 간 날.

분명히 차로 만원일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마켓 입구 바로 앞에 빈 주차 자리가 눈에 띈다.

아싸~ 이런 날도 있구나.

네모난 그 자리에 차를 쏙 집어넣고 장바구니를 들고 차에서 내리는 발걸음이 마치 아무 기대 없이 응모했는데 갑 티슈에 당첨된 상품을 받으러 가는 것처럼 즐겁다.


이렇게 좋은 주차자리를 잡다니... 박 씨라도 주운 기분이다.


인파에 밀리면서도 사야 할 것들을 빼먹지 않기 위해 정신을 초집중하여 장을 보고 나오자 여전히 입구 바로 앞에 주차된 차를 보니 사람들에 밀려 장보기에 지친 마음이 가신다.

카트의 물건을 자동차 트렁크에  옮겨 실은 뒤, 평소보다 더 신경을 써서 마켓 문 옆에 있는 카트 보관장소에 카트를 얌전하게 넣어준다.

마침 주차할 자리를 찾던 차가  장본 것을 자동차 트렁크에 옮겨 싣는 것을 보고 나를 보고 어디선가 부리나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깜빡이를 켜고 기다리는 운전자를 향해 곧 차를 빼겠다는 눈 신호를 보내고 분주히 짐을 싣는다.


내 땅도 아닌 주차 공간을 비우면서 마치 대단한 아량을 베푸는 양 허세를 부려본다.



기다리는 운전자를 의식하며 짐을 싣느라 마음은 바쁘지만 기분은 좋다.

마치 대단한 것을 양보하는 양, 내가 방금 맛본 행운을 돌려주는 기분이다.

내 땅도 아닌 남의 주차장에서 나는 내 땅이라도 뚝 떼어 기부하는 것 같은 마음으로 차를 뺀다.

내 차가 빠진 자리에 주차하는 모습을 백미러로 힐끗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매끄럽게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그런 내 모습을 깨달으면서 나의 허세와 엉뚱함에 웃음이 난다.




가능하면 사람이 적을 때 장을 보려고 하지만 삶이 내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라서 사람이 바글거리는 것이 분명한 시간 장을 보러 가야 하는 날이 왕왕 있다.

그런 날은 장을 보러 가면서 주차할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주울 수 있는 행운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쩌다가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켓 입구 앞의 빈자리를 만나는 날이 있다.

마켓 입구 근처에 주차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는 날은 하늘에서 떨어진 박 씨라도 주운 기분이 드는 것이다.




사람 마음은 주차장 같아서 빈자리가 많으면 넉넉해지지만 주차할 자리가 없으면 각박해진다.

빈자리가 보여서 달려갔는데, 그것도 모처럼 좋은 자리라고 신이 나서 달려갔건만 다른 차가 쏙 들어가면 생면부지의 그 운전자가 그렇게 얄미워 보일 수가 없다.

경험에 의하면 돌고 돌다 보면 어찌어찌 주차하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차 한 대 들어갈 자리를 찾기까지 내 마음에는 가시가 돋친다.

나보다 늦게 들어섰는데 먼저 주차하고 마켓에 들어가는 사람을 보면 한꺼번에 가시가 두 개나 돋기도 한다.

매혹적이고 우아한 장미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런데 내 것도 아닌 그 땅 두어 평을 뺏기면 어찌 그리 배가 아픈 것인지, 참 속 좁은 인생이다.


주차할 자리를 다른 운전자가 차지해도 뺏겼다고 생각하지 않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너그러이 양보하며 살고 싶다.

"허허허, 다른 자리를 찾면 되지."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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