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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Mar 10. 2022

입양한 아이들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미국인 엄마들

가슴으로 낳은 아이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뜨거운 엄마 학생들의 사랑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가장 감동받은 순간은 태평양 건너 작은 나라 한국에서 온 아이를 가슴으로 낳은 미국인 엄마 학생들을 만날 때이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를 위해 낯선 한국어 배움의 여정에 뛰어드는 엄마 학생들의 뜨거운 사랑은 나를 감동시킨다.



 

오늘도 긴 금발머리를 질끈 묶고 피곤한 얼굴로 온라인 교실에 들어서는 신디 씨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신디 씨는 "선생님, 안녕하세요? 라며 미소를 지었다. 미소 짓는 신디 씨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무거운 피로가 느껴졌다. 그러나 곧 수업이 시작되고 신디 씨가 피로를 잊은 진지한 표정으로 스크린에 바짝 다가앉는 게 보였다. 수업이 진행되는 캘리포니아보다 세 시간 빠른 동부에 살고 있으니 수업이 끝나면 신디 씨의 시계는 자정이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신디 씨는 수업에 빠지는 법이 없다. 신디 씨는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한국어 발음을 구사하기 위해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의 발음을 고쳐달라고 나에게 요청한다. 그럴 때면 나는 그 열정이 감사해서 몇 번이고 다시 발음을 고쳐주며 신디 씨를 격려하곤 한다.

신디 씨는 몇 년 전 한국에서 세 아이를 입양했다. 지금 열 살, 일곱 살, 다섯 살이 된 세 아이를 위해 신디 씨는 오랫동안 일했던 병원을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버림받고 낯선 나라에 온 아이들이 생김새도 언어도 다른 새로운 부모와의 가정생활만으로도 버거울 것을 알고 낯선 언어와 환경에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신디 씨의 배려였다. 아이들이 미국이라는 나라와 영어라는 언어에 적응하느라 애쓰는 동안 신디 씨는 아이들을 보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열심을 다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엄마로 사느라 지쳤을 법하건만 신디 씨는 아이들을 위해 배우는 한국어 수업에 눈을 반짝이며 참여한다. 신디  씨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입양한 아이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가지 씩 한국 음식을 배워 식탁을 차린다. 얼마 전 신디 씨는 큰 아들의 태권도 검은띠 심사를 위해 나와 함께 고심하며 만든 한국어 문구가 담긴 초대장을 우리 반 단체 톡에 올려 환호를 받기도 했다.


겨울과 봄, 두 학기를 가르친 로라 씨는 오랜 준비 끝에 한국 입양 기관을 통해 다섯 살 난 산이를 입양했다. 로라 씨와 로라 씨의 남편은 결혼하면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주자고 마음먹었고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산이를 입양했다. 산이를 만나기도 전부터 로라 씨는 한국에서 입양할 아이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과정을 지나 로라 씨 부부는 로라 씨가 우리 반에 들어오기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산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로라 씨는 산이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을 지켜주기 위해 한국 동화와 동요를 들려주곤 했고 산이의 미래를 위해 영어뿐만 아니라 산이의 모국어인 한국어로도 소통하려 노력했다. 산이를 위해 구입한 한국어 동화책을 읽거나 한국 동요를 배우면서 로라 씨는 종종 이해가 안 가는 구절에 대해 메신저를 통해 질문하곤 했다. 로라 씨의 질문을 받을 때면 산이에 대한 로라 씨의 애정과 정성이 느껴져 그 내용과 연관된 문화와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알려주곤 했다.

지난봄 말하기 대회 때, 산이가 두 팔을 벌리고 로라 씨를 향해 달려와 “엄마”라고 부르며 안아달라고 할 때가 너무 좋아서 “엄마, 안아”라는 두 단어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어라는 로라 씨의 이야기에 많은 참가자들의 눈시울이 젖었다. 한국 동화책을 읽어주고 한국 동요를 함께 불러주기 위해 수시로 나에게 질문을 하는 미국 엄마 덕분에 산이는 영어로 말하는 유치원에 다니면서도 엄마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온라인 수업 덕분에 신디 씨와 로라 씨처럼 태평양 넘어 있는 작은 나라 한국의 버려진 아이들을 입양한 미국인 부모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종종 우리 반을 찾아오게 되었다. 신디 씨나 로라 씨처럼 뜨거운 사랑으로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만날 때면 그들의 한국 아이들에 대한 큰 사랑에 빚진 마음이 든다. 한국에서 입양한 아이를 사랑해줄 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의 언어와 문화까지 배우는 존경스러운 그 엄마 학생들 앞에 흔들리지 않는 불빛을 비춰주고 싶다는 간절함이 샘솟는다.        

미국 곳곳에 살고 있는 신디 씨와 로라 씨들은 만날 때면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사랑과 수고에 끝없이 고맙다. 마음으로 낳은 낯선 나라의 아이를 위해 그 아이가 태어난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미국인 신사임당들 덕분에 태평양을 건너온 한국의 아이들은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며 반듯한 정체성을 가진 국제적인 율곡으로 자랄 것이다. 한국의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래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한국어 배움의 길을 걷는 이 어머니들 앞에 설 때면 한국을 대신해 그들의 손을 잡아 주며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한국어 선생으로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images/id-2717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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