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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Aug 03. 2022

뿌리를 찾아 한국어를 배우는 검은 피부의 한국인들

피부색은 조금 짙어도 한국인입니다

초콜릿보다 진한 피부색을 가진 우리 반 학생들은 그들의 뿌리가 한국에 닿았었다는 이유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을 찾고 싶어 했다.




재작년 봄, 온라인 수업의 낯선 방식에 허둥대며 어설프게 한국어 수업을 시작했던 첫 학기에  1급 반에서 세라 씨를 만났다. 당시 세라 씨는 우리 반에서 유일한 흑인 학생이었다. 교사인 나도 학생들도 어색하고 어려웠던 첫 온라인 수업은 인근의 학생들만 가르쳤던 내게 미국 전역에서 수업을 들으러 오는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는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다.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세라 씨는 시차로 인해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한 번도 피곤하다는 내색 없이 끝까지 수업을 지켰던 학생이었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찾아온 봄에 2급 반에서 세라 씨를 다시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도 어색했던 세라 씨는 수업을 쉬는 동안에도 틈틈이 배운 것을 연습해서 간단하지만 능숙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수준이 되어있었다.  나 또한 온라인 수업에 적합하도록 수업 자료를 개선해왔고 온라인 수업 진행에도 제법 능숙해져서 더 여유 있게 학생들의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며 수업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한국인의 피가 섞인 흑인 혼혈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던 세라 씨의 좀 더 깊은 가족의 이야기도 알아갈 수 있었다.

한국에 파병 나온 흑인 장병과  결혼하여 미국에 정착한 세라 씨의 외할머니는 세라 씨의 어머니와 세라 씨에게 한국어는 가르쳐 주지 못했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자신 뿌리 한쪽이 닿은 외할머니의 나라인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성장하여 유치원 교사가 된 세라 씨는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 여행을 꿈꾸던 2년 전 처음으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우리 반 수업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했다. 

이번 학기 2급 반에 등록한 세라 씨와 함께 세라 씨 어머니는 1급 반 수업을 시작했고 두 모녀는 같이 한국어 연습을 하면서 외할머니의 나라에 갈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혼혈이라는 표시가 나지 않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한국계 미국인 혼혈이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세라 씨가 고맙고 대견했다. 주변에서 만나는 여느 흑인들과 다르지 않은 외모를 가진 세라 씨는 자신의 몸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당당하게 자신을 코리안 아메리칸이라고 소개하는 한국의 딸임이 분명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함께 떠오르는 “ 많이 먹어”라는 말이 가장 좋다는 세라 씨는 종종 메시지로 한국에 대한 질문을 보내곤 했고 나는 질문한 것을 넘어 작고 소소한 것까지 더 알려주곤 했다. 그것이 세라 씨가 어머니와 함께 외할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자신 또한 그 땅에 속한 사람임을 뜨겁게 경험하고 돌아오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라면서  내가 세라 씨와  세라 씨 어머니의 뿌리 찾기 여정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 믿었다.


가끔 검은 피부 아래 숨겨진 한국인의 피를 가진 학생들을 만나곤 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할 자신의 가족들 사이에 흐르는 한국인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한 길을 찾아 나선다. 그들을 만날 때면 자신의 뿌리의 한 끝이 닿았던 한국이라는 나라를 향한 그들의 애정과 열정은 그들이  피부색이 조금 어두운, 나와 다를 바 없는  한국인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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