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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Lim Jan 30. 2019

창업을 하기까지 약 6년여 동안 십잡스(2)

쉽지 않은 결정. 그리고 바퀴벌레와 같은 생존력.

(1) 번 글에서 순서가 수정되었습니다.. 3번째 4번째 직장 순서가 헷갈렸는데 수정 완료!



수서에 위치해 있던 소재 프린팅 공장은

옷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신세계였다.

(디자인별 스와치/샘플 보관실)


디자인 하나를 약 10가지 이상되는 다양한 원단(코튼, 시폰, 저지 등등)에 출력하고 그 컬러를 테스트하는데..

출력하는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 200도씨에 달하는 까맣고 원통형 큰 롤이 돌아가는데 그 롤에?! 원단과 디자인이 출력된 종이를 맞닿게 해서 200도씨 열로 컬러를 녹이는 작업이다.


그 롤에 몇 번 데일 뻔했던 아찔한 기억이 난다..


여기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것은

원단의 종류가 무궁무진하게 다양하고 원단의 배합률에 따라 소재가 달라지고, 컬러도 다르게 출력된다는 것?! 


문득 안 어울리는 조합을 생각해봤다.


단정한 듯 포멀 한 느낌의 '트렌치코트' + 화려한 컬러의 기하학 디자인?
스포티한 느낌의 박시한 '야구 점퍼' + 여성스러운 레이스 소재?
가장 베이직한 '셔츠' + 한복(노방)과 같은 독특한 소재?
...


그렇게 만들어 본 것 중에 하나는..

(한복 소재인 노방과 샤, 레이스로 셔츠를 만들어 봤다)


누가 입겠냐만은.. 그냥 새로운 조합으로 옷을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혼자 쭈그려 앉아 여러 타입의 옷을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었는데

아주 정성스럽게, 뭔가 인형의 눈깔을 하나하나 붙이 듯..

내가 이러고 있을수록 우리 부모님의 속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이제 와서..?ㅎㅎ)


아무튼, 그렇게 3개월을 일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던 찰나

3개월 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마무리로 나는 4번째 직장을 찾아 나섰다...



아니.. 그냥 만들었다.

직원이 없었다
사무실도 없었다
1인 기업
...
이걸 창업이라고 하던가?


처음에는

그냥 만들고 싶은 옷은 많은데, 옷을 만들 돈이 없어서.. 사업계획서라는 걸 작성했고 그렇게 창업을 시작했다.

보통 돈이 없으면 돈 벌러 직장에 간다고 하지만, 난 왜 사업을 택했는지, 사업하는 1년 내내 배는 고팠지만 마음은 풍족했던 기억이다.



그렇게 3년 만에 4번째 직장(Job), 아니 사업.

운이 좋게도 정부에서 지원받아 판교 사무실과 몇백만 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았다.

(판교와 일산을 오가며 다시 한번, 왕복 4시간)


지금 생각해보면

내 유일한 장점인 열정 열정 한 모습과 뭔가 두려움 없어 보이는 모습에 좋은 기회를 얻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스물여덟이었던 14년도는 내 생애 가장 바쁜 한 해였는데,  


뭔가 인생의 제2막이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판교에 있는 스타트업 사무실 개소식, 경기도 (전) 지사님 옆, 이때도 유일한 여성창업자였다.)


문득, 첫 직장에서

여자 부장님('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 편집장 미란다, 동양인 버전)이 나한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게 뭐야!??.. 보통 직원들은 부장인 나를 대게 무서워하거든.

 내가 뭔가를 물어보면, 다들 자기 목소리를 안 내고 '부장님이 좋다고 하신 게 저도 맘에 드는데요~(호홋)'

 이렇게들 반응하는데.. 너는 뭔가 할 말을 다 하더라? 근데 그게.. 좀 밉지가 않긴 해"


지금도 사업을 하는데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두려운 게
없다는 것

사실, 사업하는데 가장 두려운 이유가.. 대게 '망할 것 같아서'라고 한다. 

망하면 다시 회복할 수 없을 것 같고, 가진 것을 다 잃을 것만 같아서..


나는 지금도, 해서는 안될 일(고액대출 등)에 손을 대지 않으면서 하고 있다.

그래야 적어도 사업이 망해도 나는 망했다는 생각을 안 할 것 같아서..



다시 내 얘기로 돌아오면, 

나는 비록 다양한 직장에 다녔지만 뭐하나 신입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항상 궁금해했다. 

(꾸준히 일한 직장인 친구들은 슬슬 '대리'로 승진했는데 난 여전히 신입이었기에)


다음엔 뭐할 거야?
소방대원도 해볼 거야??
(...)


이런 식의 농담을 들을 때마다 솔직히 많이 위축되기도 했다.  


다같이 인생의 마라톤을 달리고 있는데, 다들 비슷한 목표를 위해 달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누구 하나 붙들고, 내 인생인데 내 걱정 말라고 하고 싶었다.


20대를 지나 30대가 되어보니,
내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분야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어 있기도 했다.


결과론적으로 아무개는 결국 이런 사람이 됐다! 를 보고 칭찬하는 게 아니라

그 일부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격려와 칭찬을 하고 싶다..

나도 인정과 칭찬, 격려 한마디에 목말라 있었으니까.


마냥 놀지만은 않았고 열심히 살았기에 내가 나 자신에게 격려해주는 걸로 만족하겠다. 


나는 지금, 누구에게나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남에게 정답이라면서 삶을 강요할 수 없으니까.

“Personal growth" (개인적 성장)
"Confidence challenge" (자신감에 대한 도전)



나의 약 1년여 창업라이프는 진짜 바퀴벌레 같았다. 

살아남으려고, 버티려고..


그래서 시작했다. (5번째 잡) 동대문 두타 새벽시장 알바.

그리고 두타 신진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도전했던 JTBC "Top designer"

(JTBC에서 방영된 "탑 디자이너" 프로그램, PT 중)


사업을 하는 1년 동안 아무리 열심히 해도 티가 안 났다. 

근데 방송에 나와보니까 친구들이 묻더라 (그때 그 친구들ㅎㅎ) 


요즘 일 잘 돼가나 봐?


"음, 일은 잘 안되지만.. 난생처음 안 해본 것들을 해보고 있어, 뒤돌아서 후회하지 않으려고.."


그러다가 나 홀로 외로운 싸움이 끝나갈 때 즈음-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성창업가가 되기까지(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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