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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Lim May 02. 2019

스타트업을 고민하는 20대에게.

하루가 롤러코스터와 같다가도, 바람 한 점 없는 하루이기도

28살에 처음 창업을 하고 32살에 재창업을 했다.


내가 느낀 창업과 사업(자영업)은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사업(자영업)은 대게 기존에 있는 비지니스를 하는 경우고 창업은 비슷한 문제를 다른(New)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경우다.


만약 내가 어떤 문제를 발견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했을 때,

골방에서 나 혼자 뚝딱뚝딱 만들어 인스타에 홍보하고 수익을 냈다면 자영업의 개념에 좀 더 가깝다.


즉, 창업을 하고 싶고

이를 위해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고 싶다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목적의 사업이 아닌

'공생'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나는 출퇴근할 때 경기도 일산에서 판교로 출근하는데 나와 비슷한 경기도에서 경기도로 출근하는 사람의 어려움을 알고

같은 시간 출퇴근 버스를 이용할 사람들을 모아

어플로 전날 예약을 하는 등의 '대형버스 공유 서비스'를 만들겠다.

그래서 난 놀고 있는 대형 버스 업체들과 협력할 것이고 출퇴근의 고통이 있는 경기도 회사원들을 위해 버스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oo기업과 코웍을 할 것이고..

oo사람들을 고용할 것이다.


어찌 보면 하나의 아이템으로 인해

이 사업이 얼마나 사회/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 시장이 얼마나 발전 가능한지,

이러한 부분들이 매우 중요하다.



전체적인 플로우는,

문제를 인식한 후(Why)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Solutions)

이 시장은 얼마나 규모가 있는지(Market size)

또 어떤 플레이어들이 있는지(Competitors)

이들보다 우리가 나은 점은 무엇인지(Advantages)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 것인지(Business Model)

결국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가 무엇인지(Team)



또한 여기에서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출처:Y combinator)


문제를 느낀 사람이 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도 나
해결책을 사용할 사람도 나


이 3가지에 부합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강아지 케이크를 만드는 창업자: 사람이 케이크를 많이 먹나? 강아지가 케이크를 많이 먹나? 강아지 케이크는 어떻게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한가?. 이 사업은 성장성에 제한을 받아 결국 폐업했다. 다른 방향을 제시했어야 한다)




난 스물여덟에 아무것도 없이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했다. 진짜.

가능하긴 하다. 시작하는 건. 어디까지나.


그러나 1년이 지나고 2년, 3년

유지하고 버티는 건 결국 '돈'이었다.

사실 20대에 내 열정과 긍정성,

가능성을 보고 버텨왔지만


결국 돈이 없어 생활이 힘들어지면

버텨왔던 내 안의 가능성과 열정마저

의심을 사기 시작한다.


내가 진짜 무모하게 도전하고 있는 걸까?
내 안에 가능성이라는 건 아직 존재하고 있는 걸까?


작은 성공, 작은 성취가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작은 성공에 힘 입어 우리는 다시 버틸 힘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작은 돈, 작은 규모라도 공모전을 한번 나가보자

심사위원에게 '너 진짜 이 사업을 끝까지 할 거야?'라는 말을 들어도 기죽지 말자.


말도 안 되는 발상으로 시작된 사업이니까

창업이다.

누구나 생각하는 거라면 누구나 했겠지.

앞에 앉아 있는 심사위원도 이 공간을 나가면 그저 옆 집 아저씨일 뿐이다. 내 전부를 알지 못하고

단 10분 안에 자신의 평가 항목에서 (-) 요인을 찾느라 바쁜 것뿐이다.


 

우린 그저 해보지 않았고 누가 알려주지 않은 창업이라는 걸 배워가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내가 창업하기 전까지

내 주위에 창업가나 사업가는 한 명도 없었다.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도 몰랐고

왜 그렇게까지 죽을상 인지

하루아침에 저렇게나 기쁠 수도 있는지

또 하루에 이렇게나 롤러코스트를 타다가도

어쩜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까지



사업으로 상도 타보고 박수도 받아봤지만 비난도 제법 받아봤다. 팀원이 날 믿지 못해 하는 행동들 때문에 집에 가는 버스에서 울기도 했다.


사무실이 없어 '내일은 어디에서 일할까..'

고민하기도 하고 노트북과 4대 보험 서류들,

심리 책과 재무 책 들고 며칠을 또 헤매기도 한다.

꽃이 피고 바람이 따뜻해서 잔디밭에 누울지라도 머릿속엔 계속 이런 생각뿐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왜 이게 안될까'

'팀원들을 모집해야 할까. 얼마나? 어떻게? 어디서’

'인건비는 어떻게 충당하지. 인턴? 정직원?'

'지원 사업에서 떨어지면 어떡하지...

다음 지원 사업은 뭐가 있지'

'홈텍스에서 왜 세금계산서가 또 먹통이지..

도대체 어떻게..’

'그래,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뭐부터 해야 할까'

‘아 어렵고.. 외롭다’

'아냐!!!!! 잠시 넣어두고 다시 정신 차리자.'



스타트업은 일말의 취업을 피하는 대안이 아니다.

경험이 되기도, 배움이 되기도,

성장통을 겪으면서 고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마음 단단히 먹고 나 스스로를 믿을 때 건강한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일생의 한 번은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즐거움 때문이다.



내가 고용인에서 고용주로 바뀌고

점차 권한도 책임도 의무도 자유도 

모두 나로부터 시작될 때.

누구에게 보고하지 않는 일상과

나 스스로 나를 컨트롤해야 하는 그때..

사업이 시작되고 있다는 걸 몸소 느낀다.





20대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나는 나의 시간을 컨트롤하고
나의 지갑뿐만 아니라
나의 성질과 성격도 컨트롤할 수 있는가?

난 스타트업 하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외롭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하고, 또 끝없는 싸움을 버티면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돈'으로 만들어지지만

결국 '나'로 완성되는 스토리 같다.






(참고로, 사업한다고 바쁘다고 주변에 사람들에게 소홀히 하지 말자. 외롭고 힘들 때 진짜 힘이 되어주는 건 이들뿐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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