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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유목민 Oct 23. 2024

에필로그/ 그래 그래, 나 니 맘 다 안다.

아이고~ 우리딸, 머드로 여그까장 왔냐.

그 먼디서 여그가 어디라고.

나 이런 꼴 볼라고 그 먼디서.   


어찌 우리 딸 얼굴에 힘이 한나도 없어 보인다냐.  

어찌 그냐. 

허는 일이 잘 안되능갑구마이.


사는 거이 팍팍흐제 이.

인생 살다보믄 그를 때도 있능거여.

지금은 큰일 낭거 맹키로 맘이 갑갑허고 이 세상이 다 내려앉능거 갖지마넌 까짓 거 쫌 늦게 가믄 어쯘다냐?

살다보믄 길을 잃어 앞이 캄캄흘 때가 오는 법이여.

길 잃어 막막해도 그거 별일 아니여. 그 길만 길이 간디?

다른 길도 있는 것이여. 좀 돌아가믄 어쯘다냐.

좀 늦게 가도 그리 가믄 되는 것이여.

어차피 쪼금 오래 걸려도 괜찮어야.


인생사 정해져 있능 건 하나도 없는거시여.

돈을 벌고 잡다고 해서 돈이 벌리는 것도 아니고이,  

돈이란 거슨 발이 달려갖꼬  쫒아가믄 갈수록 더 멀리 달아나는 법이여.

너무 애태우고 아등바등 흐지 말어야.

그러다 병들믄 댑데 그거이 더 큰일이제이.  


아무리 돈많애도 죽을 때 가져 가능  거 아니고

아무리 벼슬이 높아도 죽을 때 더 존디 가는 것도 아니여.  

다 쓰잘데 읎다. 쓰잘데 읎어.

욕심 부리지 말고  그저 쬐끔 묵고 가는 똥 싸도 맘편케 사는 거이 젤이제.

하믄, 그거이 젤이당게.


그래 그래, 내새끼.

세상에 의지가지 하나 읎이 험한 세상 살아가니라고 얼매나 외롭고 심란흘끄나.

우리 이쁜 딸, 나가 니를 얼매나 애지중지 귀흐게 키웠는디.

가난흔 신랑만나 그 고생하고 살드만, 저 세상 보내뿔고

얼매나 서럽고 막막흘까이.

글타고 니가 슬퍼흐고 안놔주믄 자꾸 떠돔시로 존디를 못가는 법이여.

툭툭 털고 잘 사는 모습 보여줘야 맘놓고 존디를 가제.

알겄제?

세상 천지 누가 그 맴 알아주는 사람이 있기럴 흐까.

참말로 우리 딸겉이 착흐고 만고에 법읎시도 살 사람이 어디가 있다고이.


아이고  내새끼!  나, 니 맘 다 안다이.

엄마앞이서 응석부리고 자버서 왔제?

펑펑 움시롱 떼쓰고 자버서 왔제?

그려,  여그서 맘껏 울어.

나가 니 눈물 닦아줄랑께.

그려, 그려.

가슴 속 답답흔 것이 쑤욱 내려가게  펑펑 울어.

여그서 눈물 다 빼뿔고 인자는 약한 맴 가지믄  안되야. 알았제이?

맘 단단히 묵고 아덜흐고 잘 살아야 쓴다이.

니는 잘 해낼것이여. 하모 잘 해내고 말고. 나가 니를 그르케 약흐게 안키웠어야.


그래 그래. 나, 니 맘 다 안다이. 우리 딸 힘내!  알았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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