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손을 넣으면 어김없이 만져지는 것이 있다. 작은 오일 병 하나가 달그락거린다. 나를 지켜줄 테고 급한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그 작은 소리가 나에겐 안심의 울림이다.
어릴 때부터 뭘 두고 다녀서 꾸중을 많이 들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잘 고치지 못했다. 급하게 외출하느라 차 앞에 도착했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 일이 허다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지각인데…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도저히 안 되어 나름 시스템을 만든 것이 문을 닫기 전에 1. 키 2. 지갑 3. 핸드폰으로 글자 수로 정해놓고 대문 앞에서 서 다 있는지 1, 2, 3을 다시 한번 부른 뒤에 문을 닫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가방도 어지간하면 오래 들고 다닌다. 가방을 바꾸는 순간 또 없는 것이 생긴다. 장갑이나 손수건 우산 같은 것은 들고나가면 내 것이 아니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아예 안 사고 안 쓰게 되었다. 예전 시집살이를 할 때 친정에 잠시 다녀오면 나를 못 만난 아버지는 늘 전화하셨다.
나는 죄송하기도 해서 짐짓 다른 소리로 “어찌 아셨어요?”라고 물으면
“네가 두고 간 물건이 보이네, 담엔 좀 더 놀다 가라” 하셨다. 그렇게 잊어먹고 안 갖고 나가고 또 어디 가면 잘 두고 오는 안 좋은 습관을 고치기가 힘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천연 에센셜오일에 대해 배우고 알게 되면서 비상약처럼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물론 늘 같은 것을 들고 다니진 않지만, 항상 무언가는 내 가방 속에 들어있어 나를 안심시킨다. 신기하게도 오일이 없는 날은 없었다. 꼭 있었으면 하는 오일이 없는 경우는 있었으나, 예전처럼 낭패가 나는 일은 없었다. 갑자기 넘어져서 피가 흐르던 친구도 있었고 두통이 심해 머리가 아주 아팠던 경우도 있었다. 과식하고 답답해하는 경우도 보았고 비염이 심해 계속 코를 풀어대는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었었다. 이런 일들을 가끔 맞게 되니 늘 뭐라도 챙기는 자신을 본다.
늘 잊어버리는 아줌마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나의 필요한 손길이 어디에도 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오늘도 가방 속에 작은 오일병 하나를 더 집어넣는다.